멕시코의 한 공원에서 산책객의 셀카에 찍혀 당국의 '추적'을 받던 야생 흑곰이 결국 붙잡혀 중성화 수술까지 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10일 일간 엘우니베르살, 에랄도데멕시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북부 누에보레온주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낮잠을 자던 수컷 곰 한 마리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국에 붙잡혔다.
몸무게 96㎏의 이 곰은 지난달 인근 치핑케 생태공원에서 산책하던 여성들에게 바짝 접근해 냄새를 맡다가 그중 한 여성의 셀카에 담기며 유명해진 곰이다.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이 곰은 두 발로 서서 거의 사람을 부둥켜안은 자세로 한참 냄새를 맡고 다리를 살짝 깨물기도 했다.
동일한 곰이 인근 주택가에서 다른 여성에게도 바짝 접근한 영상도 곧이어 공개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누에보레온주 환경 당국은 곰과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곰을 생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 속에선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 돌변해 사람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멕시코 공원에서 산책객에 접근한 야생 곰[트위터(@AsiEsMonterrey 등) 영상 캡처]
당국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야생 곰이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근한 곰'의 출몰 소식을 들은 유튜버 등이 곰을 카메라에 담거나 곰과의 셀카를 찍기 위해 일부러 먹이를 주며 곰을 유인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당국에 생포된 곰은 모니터 장치가 부착된 채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치와와주의 산에 방생될 예정이다.
이동 전에 당국은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치와와주에 사는 종이 다른 곰들과의 교배를 막고, 그곳 수컷 곰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것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동물 애호가들은 중성화가 불필요했음은 물론 인간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곰을 낯선 야생에 보내는 것은 사형 선고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동물단체 아니멜에로에스는 곰을 원래 살던 곳에 그대로 자유롭게 두고, 사람들에게 엄격한 행동수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국의 불가피한 결정보다는 부주의하게 곰에게 먹이를 주며 접근해 결국 곰을 서식지에서 쫓아낸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전문가인 디아나 도안크리엘레르 앞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인간들의 잘못"이라며 "곰과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을 주고 사람에게 접근하게 해 곰을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