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C모씨는 요즘 직장에 출근하기가 겁난다고 했다. 식음료도매업체 영업부장인 C씨가 출근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물류파트에서 근무하는 라티노 직원 2명이 2주 간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최초 확진자 발생 때는 직장이 폐쇄되고 전 직원이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았고, C씨는 아내와 함께 음성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는 별다른 조치 없이 전 직원이 평상시와 다름 없이 근무했다. C씨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근무를 하고 있지만 물류창고 직원과 자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두렵다”며 “대안 마련을 사장에게 하고 싶어도 미운털 박힐까 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좀처럼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필수업종’ 사업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이 급증하면서 경제 활동의 완전 재개를 더디게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필수업종 방역 조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 활동 재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근로 현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해 방역 및 재정 지원과 같은 실질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LA 타임스는 도소매업이나 제조 및 물류업, 농업 등과 같은 소위 필수업종에 속하는 업계 직원들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가주와 지역 정부가 방역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저임금을 받고 있는 라티노 직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숨기며 일을 하는 현실의 개선 없이는 필수업종 사업장의 코로나19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관련 한인 업체들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청과물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체온 체크에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는 직원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업종이라 하는 수 없이 문을 열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LA 카운티 내 식품 가공 업체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영업장 폐쇄 조치가 내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숨기는 데는 생명줄과도 같은 급여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 14일 동안 자가 격리에 재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기까지 최소 1달 정도가 소요되다 보니 막상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직장에 돌아올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특히 라티노 저임금 직원들에게서 이 같은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 인구 중 39%를 차지하고 있는 라티노들의 코로나 감염률은 56%, 사망률도 46%에 달해 타인종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라티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한인 직장인들이 우려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한인 경제 단체도 등장했다. 바로 한인의류협회(회장 리처드 조)다.
한국의 유명 코로나19 테스트 업체와 LA 지역 내 병원과 연계해 회원사들에게 코로나19 테스트 검사 대행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게 한인의류협회의 계획이다.
테스트 업체와 병원과도 어느 정도 의견의 접근을 본 상태로 지난 주 회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은 “가주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협회 회원사들에게 직원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으로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재 테스트 업체와 병원 사이에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라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