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탕감 속이고 엉터리치료제 판 회사도
허위 서류로 PPP 거액 받고 도박 탕진 체포까지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중소 기업과 스몰비즈니스를 살리기 위해 도입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이 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문제 기업에도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허위로 서류를 꾸며 800만 달러 이상 PPP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주식투자와 도박에 탕진한 LA 남성이 체포되기도 하는 등 정작 어려움을 겪는 비즈니스들이 사용해야 할 돈의 상당수가 엉뚱한 곳에 줄줄 샌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난 것이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LA 출신의 앤드루 마넬(40) 자신이 와이오밍주에 75명의 직원이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속이는 등 허위 서류를 꾸며 4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800만 달러가 넘는 PPP 대출을 불법으로 받은 뒤 이 돈을 주식 선물 투자와 라스베가스 카지노 도박 등으로 펑펑 써온 것으로 드러나 체포됐다.
마넬은 허위 신청으로 PPP 대출을 받아 이를 곧바로 주식 선물투자 계좌로 옮겨 투자를 하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230만 달러 이상을 날렸고, 또 최근까지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 카지노 등에서 도박을 하며 이틀간 15만 달러를 잃는 등 PPP 융자금을 흥청망청 써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마넬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지난 18일 월스트릿저널에 따르면 아레테 파이낸셜이라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기업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겠다고 속여 최소 4,300만달러를 가로챈 혐의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자산동결 명령을 받았는데, 불과 반년만인 올해 5월 100만 달러의 PPP 대출을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있는 기업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챙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 소재 사모펀드 회사인 GPB캐피털홀딩스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다수의 집단 소송은 물론 연방 정부와 각 주정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가운데 지난 4월 160만 달러의 PPP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다.
또 미주리주의 유명 ‘TV 전도사’인 짐 바커는 자신의 TV쇼를 통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고 허위 선전을 하다가 지방 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으나 그의 회사가 4월 말 170만 달러의 PPP 대출을 승인받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3,500만달러의 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올리벳 대학과 25만 달러의 뇌물을 주고 공사를 따낸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회사도 PPP 대출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월스트릿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연방 정부가 6,500억 달러 규모의 PPP 대출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청 기업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출을 허가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연방 중소기업청(SBA)은 PPP 대출 신청자들에게 ‘불법 행위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리벳 대학은 PPP 대출 신청양식에 적힌 모든 질문에 정확히 답했다고 밝혔는데, 신청 양식에서는 법인이 아닌 소유주가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만 묻는 것으로 나타났다. SBA는 부당하게 대출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탕감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SBA 감사관실 소속 인력이 90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수백만건의 대출 적격성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캐런 밀스는 저널에 “모든 사기꾼을 잡아낼 여건을 조성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그 돈을 받아서는 안 되는 나쁜 기업들이 발을 담글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