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3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에 따라 이를 반대해온 홍콩 민주화 세력과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0년 이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금융허브 역할을 해온 홍콩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급격히 흔들리게 됐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은 중국이 정한 수순에 따라 통과됐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회의(4중전회) 개최 이후 발표한 공보에서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안보를 수호할 법률과 집행 시스템을 갖출 것”을 규정했다. 4중전회 개최 보름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분열을 시도하면 뼛가루만 남을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은 당초 지난 3월 예정이던 올해 전인대가 5월로 늦춰지면서 두 달여 연기됐다. 홍콩보안법이 7월1일부터 발효되면 중국 정부는 홍콩 자치에 직접 개입해 반중 민주화 세력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1984년 중국·영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규정한 ‘외교와 국방의 주권은 중국이 갖되 사법과 행정은 홍콩 자치에 맡긴다’는 내용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홍콩보안법에 따라 이뤄질 ‘홍콩의 중국화’ 전략의 핵심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 설치할 ‘홍콩 국가보안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보안처는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국가안보 기구로 홍콩의 안보 정세를 분석하고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 제안, 감독, 지도, 협력의 권한을 가진다. 사실상 홍콩의 안보 기능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인 것은 ‘금융·무역허브’인 홍콩의 지위가 중국에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경제 규모가 이미 2018년에 홍콩을 추월했고 홍콩 외에 광저우나 하이난·상하이 등도 새로운 금융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홍콩에 대한 공세가 또 다른 통일전략 대상인 대만인의 일국양제 논리에 대한 혐오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악재다.
예상대로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홍콩이 누려온 ‘중국과 다른’ 특혜를 박탈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해 미중 무역협상 등 양국 간 통상외교 이슈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홍콩보안법이 전인대 상무위에서 확정 통과되기 직전인 30일 새벽 상무부 명의로 ‘군사 및 첨단기술 제품의 대홍콩 수출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홍콩보안법 시행 과정에서 단계적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는 ‘헥시트(Hexit·Hong Kong+Exit)’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발표된 첨단기술 수출 제한은 반도체 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수출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이 중단됐다”면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부터 홍콩에 대한 국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