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유턴을 추진한 강정호(32)가 거센 비난 여론에 결국 뜻을 접었다.
강정호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됐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말로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며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호쾌한 타격과 건실한 수비로 KBO리그를 평정하고 201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강정호는 음주 운전으로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강정호는 미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2017년을 통째로 쉬고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지만,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9시즌 종료 뒤 방출당했다.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 사무국에 제출하고 국내 복귀를 본격적으로 타진했다.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음주 운전을 대하는 세상의 눈높이는 예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당장 KBO 상벌위의 징계에 형평성을 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싸늘한 여론을 접한 강정호는 귀국 후 자가격리를 거쳐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호응을 얻지 못해 벼랑 끝에 몰렸다.
강정호는 기자회견에서 이기적이고 거만했던 과오를 인정하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또 변화한 모습으로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번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며칠간 고민 끝에 SNS에서 입장문을 올려 복귀 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일을 매듭지었다.
강정호의 야구 이력이 이대로 끝날지 다른 도전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앞만 보며 달려오던 그의 역정에 쉼표가 찍혔다.
다음은 강정호가 SNS 계정에 올린 전문.
안녕하세요? 강정호입니다.
기자회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습니다.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항상 저에게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다시 히어로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합니다.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강정호 올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