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90시즌 이후 30년 만에] EPL 7경기 남기고 확정… 1부 리그 사상 최초
단일시즌 최다연승 타이… 홈 23연승 기록 진행중
리버풀 홈 경기장 안필드에서는 경기 시작 전 ‘콥(Kop·리버풀 팬의 애칭)’의 합창이 시작된다. ‘You’ll never walk alone(너는 절대 혼자 걷지 않으리)’. 리버풀의 상징과도 같은 응원가다. 고개를 높이 들고, 어둠을 두려워 말고 걸으면, 폭풍우 끝엔 황금빛 하늘과 종달새의 노래가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지난 30년 간 리버풀의 팬과 레전드,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하다.
1989~90시즌 이후 단 한 차례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리버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악재를 뚫고 3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창설 이후 첫 우승이기도 하다.
리버풀은 지난 25일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 맨체스터시티의 2019~20 EPL 31라운드 경기에서 2위 맨시티가 첼시에 1-2로 패하게 되면서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둔 채 1위를 확정했다.
전날 홈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에 4-0 대승을 거두며 승점 86(28승2무1패)을 쌓은 리버풀은, 이날 첼시에 패해 승점 63(20승3무8패)에 머문 맨시티와 승점 23점차를 유지했다. 리버풀이 남은 7경기에서 모두 지고, 맨시티가 남은 경기를 전부 이겨도 뒤집을 수 없는 승점 차다. 7경기를 앞두고 우승을 확정한 건 영국 1부리그 사상 최초다. 종전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907~08·2000~01시즌), 애버튼(1984~85시즌), 맨체스터 시티(2017~18시즌)의 5경기였다.
이밖에도 이번 시즌 리버풀이 남긴 기록은 화려했다. 지난해 2월 본머스전(3-0 승)을 시작으로 지난 25일 크리스탈 팰리스전(4-0 승)까지 홈 최다 연승인 23연승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10월28일 토트넘전부터 올해 2월25일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까지 단일시즌 최다연승 타이 기록인 18연승을 기록 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을 이끈 첫 독일 출신 지도자가 됐다.
아직 더 진행할 기록도 많다. 홈 최다 연승도 현재진행형인 데다, 남은 7경기에서 5승을 더 거두면 2017~18시즌, 2018~19 시즌 맨체스터시티가 기록한 시즌 최다승 기록(32승)을 넘어선다.
2017~18시즌 맨시티가 기록한 시즌 최다승점(100점) 기록도 충분히 갈아치울 수 있단 평가다. 남은 모든 경기를 이긴다면 승점 107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시즌 맨시티가 2위 맨유와 벌렸던 최다 승점 격차(19)도 경신이 유력하다.
이처럼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우승을 확정하게 됐지만, 이전까진 ‘You’ll never walk alone’ 고난의 길이었다. 역대급 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이번 시즌만 해도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시즌 무효설’까지 제기되며 초조해했다.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1990년 이후 9번째 감독을 맞았고, 제이미 캐러거(42), 페르난도 토레스(36) 등 숱한 스타들이 거쳐갔음에도 정규리그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리버풀에 입단해 17년간 이 곳에서 활약한 스티븐 제라드(40) 조차도 예외는 없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팬들을 향해 “나와 함께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자”며 “모이지 말고 집에서 축하해 달라”고 팬들을 향해 당부했지만, 팬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아랑곳 않고 안필드로 몰려와 우승을 자축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홍염을 터뜨리고, 술을 마시고, 깃발을 휘두르고, 응원가를 외치며 기쁨을 나눴다.
한편 리버풀에서 팬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한 채 27일까지 이틀째 도심에서 축하 파티를 이어가자 결국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