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이 자기 집 담벼락에 'BLM' 적자 "남의 집에 낙서한다"며 경찰에 신고
샌프란시스코 부촌 퍼시픽하이츠에서 벌어진 일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한 화장품 회사 백인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계 이웃주민에게 편견에 사로잡힌 언행을 했다가 사과했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라페이스스킨케어의 창립자이자 CEO인 리사 알렉산더는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의 부촌인 퍼시픽하이츠를 산책하다 만난 한 필리핀 남성에게 했던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알렉산더와 그의 남편은 담벼락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고 있던 제임스 후아닐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했다. 후아닐로가 '당연히' 남의 집 담에다 낙서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알렉산더는 후아닐로에게 "거기에 사는 사람이 아닌 걸 안다"며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후아닐로는 대답 대신 경찰을 불러보라 했고, 알렉산더는 자리를 뜨면서 경찰을 불렀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촬영됐고 후아닐로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처음 공개됐다.
문제는 후아닐로가 바로 자기 집 담벼락에 'BLM'을 적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후아닐로는 12일 트위터에 같은 영상을 다시 올리면서 "한 백인 부부가 유색인이 담벼락에 분필로 'BLACK LIVES MATTER'라 낙서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은 집주인이 누군지 안다고 거짓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몇 분 뒤에 도착해서 그가 오랫동안 그 집에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해당 트윗은 약 16만회 리트윗됐다.
후아닐로는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그 백인 부부가 퍼시픽하이츠같은 부유한 동네에 나 같은 사람은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내 일이나 신경 써야 했다"며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후아닐로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화장품 구독 서비스 회사인 버치박스는 라페이스스킨케어와 계약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