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저희는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학사모를 벗지 못한 채 날 것의 세상과 마주하는, 아직도 서툰 20대입니다."(R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8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미 현지시간 7일) 유튜브로 중계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를 통해 학교를 나서 세상으로 한 발짝 나가는 또래들에 응원을 건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졸업식을 못한 졸업생들을 위해 유튜브가 주최한 온라인 졸업식으로,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별 연사로 초청받아 12분가량 영상을 통해 축사했다. 해당 영상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촬영됐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온 여러분과 같은 20대 청춘으로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저희 멤버들이 하는 얘기가 위로와 희망이 되고 영감이 되면 좋겠다"는 리더 RM의 인사를 시작으로 멤버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RM은 "최근 우리도 중요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혼란한 시간을 겪었고, 그 불안감과 상실감은 아직 저희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혼자지만 늘 함께할 것"이라며 "지금은 작은 카메라를 통해 작은 모니터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분이 꽃피울 미래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막내 정국은 멤버들과 고등학교 입학·졸업을 축하한 기억을 떠올리며 "나를 믿고 멤버를 믿고 세상을 믿고 지금 이 자리에 멤버들과 서 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끊임없이 달려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맏형 진은 고등학교 졸업식 때 막 대학 입학을 앞둔 평범한 스무살이었다고 회상하며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때로는 앞서가는 친구들이 신경 쓰이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걸음이 느린 대신 남들보다 시간을 조금 더 들이는 습관을 갖게 됐다. 춤 연습을 하더라도 멤버들보다 며칠 앞서 준비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슈가는 요즘 한창 달리다 넘어져 '섬'안에 갇힌 기분이라고 털어놓으며 "섬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나 자신의 틀을 깨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도 방탄소년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지민은 "모두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괜찮지 않다면 온 마음 다해 위로해주고 싶다"며 "여기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제이홉은 자신 역시 음악을 만들다 보면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가 있다면서 "그럴 때 '딱 한 번만 더'라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도 과연 그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대로 가면 실패하진 않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그럴 때는 내 인생을 이끄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꼭 기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뷔는 자신이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았으며 끈기가 있는 편도 아니었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즐거움에 빠졌고, 그 즐거움이 자신이 꾸준히 노력하게 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무얼 해야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 분이 있다면 자신의 진심에 기대 보라"며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그 끝자락 어딘가에 기회와 행운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졸업식 '애프터 파티' 격인 온라인 공연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행사 피날레를 장식했다.
케이티 페리가 파티의 문을 열었고,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과 라틴 팝 보이밴드 CNCO에 이어 방탄소년단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경쾌한 안무와 함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를 펼친 뒤 '봄날'을 선사했다. '봄날'은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이다.
행사의 대미인 마지막 곡으로는 '소우주'(Mikrokosmos)를 불렀다. "각자만의 꿈 렛 어스 샤인(let us shine) / 넌 누구보다 밝게 빛나"와 같은 가사로 또래를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 다양한 명사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팝스타들도 대거 참여해 축사와 짧은 메시지, 공연 등을 선사했다. 특히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항의 시위로 미국 사회가 격동에 휘말린 가운데 젊은 세대를 위로하고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비욘세는 조지 플로이드 등 흑인들의 잇단 죽음이 "우리 모두를 낙담하게 했다"면서도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긍정적 행동으로 옮기면 변화의 바퀴를 돌릴 수 있음을 봤다. 진정한 변화는 여러분, 새로운 세대에게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는 "여러분은 이 나라의 변화 과정에서 중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며 "변화는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강조했고, 얼리샤 키스는 "정의를 위한 싸움이 어디로 향하든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U2 리더 보노, 저스틴 팀버레이크, 션 멘데스, 테일러 스위프트, 제니퍼 로페즈 등이 등장해 졸업생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