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홍콩 보안법’ 문제를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중국이 일정한 자치권을 누리는 홍콩에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며 이례적인 초강수를 두자 미국은 홍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대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꺼내 들고 경제, 무역, 안보 등을 고리로 전방위 대중 압박에 나선 가운데 이제는 중국의 내정과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홍콩 문제를 놓고도 맞붙는 모양새다.
장예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중국시간 21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인대 회의의 9개 의안 중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으로서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관한 결의안 초안이 전인대 개막일인 22일 오후 공식 제출되며 이번 회기 중 전체 대표들이 표결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한 소식통은 SCMP에 “베이징은 홍콩의 입법회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따라서 전인대가 그 책임을 대신 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홍콩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을 부과하려는 어떤 노력도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성명이 중국의 약속과 의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이 홍콩의 자치와 자유에 대한 약속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것이 홍콩의 특수한 지위를 보존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미시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간단한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적절한 때에 성명을 내겠다. 홍콩은 많은 일을 겪어 왔다”고 대답했다.
미국은 지난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도 중국에 일국양제 약속 준수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중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특히 홍콩 범민주 진영은 이번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하는 ‘6·4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 시민의 결의를 보여주기로 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해 논란 확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