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정적자 904조 ‘역대최대’ 지출 폭증에 한달새 6배 증가속
민주당서도 3조弗 부양책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미국이 90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떠안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결과다. 민주당에서는 당장 다섯번째 부양책을 꺼내 들어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빠른 경제활동 재개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섣부른 경제 재가동에 대한 경계론이 잇따라 나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2일 CNBC에 따르면 미 재정부는 지난 4월 연방 재정적자가 7,380억달러(약 904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 달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세수는 전년동기보다 55% 감소한 2,420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지출은 161%나 급증한 9,800억달러에 달했다. 3월(1,190억달러) 대비 재정적자가 한 달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투입한 자금이 본격 반영되면서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미 의회는 3월 각각 83억달러, 1,000억달러의 긴급예산에 이어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여기에 지난달에도 4,840억달러 규모의 네번째 예산안까지 대통령의 서명을 거친 상태다. 이에 따라 미 연방 차원에서 마련된 코로나19 대응 예산은 모두 3조달러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소득세 등 납세 마감일이 있는 4월은 정부 수입도 가장 많지만 올해는 그 시한을 7월 중순으로 연기한 영향도 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020회계연도의 7개월간 재정적자는 총 1조4,800억달러로 확대돼 전 회계연도(5,309억달러)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했지만 미 의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예산 법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야당인 민주당이 제시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3조달러(약 3,677조원) 규모의 다섯번째 부양책을 공개했다. 이번 법안은 주·지방정부에 1조달러를 지원하고 필수노동자에게 위험수당으로 2,000억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역사상 가장 큰 재앙에 직면했다”며 15일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의 표결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미 정부와 공화당은 이미 처리된 예산법안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추가 법안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위시리스트만 나열하고 있다”며 추가 부양책 마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마비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강조하지만 조급한 경제재개에 대한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핵심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12일 미 상원 보건노동교육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화상 출석해 경제활동을 너무 빨리 재개하면 “피할 수 있었던 고통과 죽음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지역이나 도시·주가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문을 열게 되면 발병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공식 보고된 8만명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국민 각자가 향후 몇 달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8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