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며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자칫 반쪽에 그칠 수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한 것도 인수합병(M&A)에 의한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조정은 대한항공의 경우 독자적인 자구안,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M&A를 통한 정상화, 나머지 저가항공사는 선 구조조정, 후 지원의 틀이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지분 인수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는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HDC현산의 고민은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는 것이다. 당초 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끝나면 1조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의 차입금 1조1,7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또 HDC현산은 추가 공모채 발행, 인수금융 등을 통해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극도로 심화됨에 따라 HDC현산 내부에서도 인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4분기 수천억원의 손실은 물론 올해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권에서는 HDC현산이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HDC현산과 함께 인수를 추진했던 미래에셋금융그룹 역시 자금난을 겪으며 인수 의지가 약해진 상태다. 미래에셋은 최근 주가 폭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작업 등으로 자금 여력이 없다.
답답한 것은 항공산업 구조조정의 총대를 멘 산은 등이다. 최근 산은은 수은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HDC현대산업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업황 악화로 다른 인수후보를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