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기업 메디컬아이피
한·중·일 병원 의료진과 협업
코로나용 ‘인공지능 SW’ 개발
폐렴 질량·부피 1분만에 계산
병변 186개 확인 ‘X선의 10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생긴 환자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토대로 폐렴 부위의 모양·부피·무게 등을 1분 만에 알려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 SW)’가 개발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중증도 판단이 한결 수월해졌다.
서울대병원, 중국 란저우대 제1병원, 일본 자위대중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북미영상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심장흉부영상 방사선학(Radiology: Cardiothoracic Imaging)’에 코로나19로 진단받은 환자 17명(한국 14명, 중국 3명)의 폐 CT 영상을 AI 기반의 3차원(3D) 영상으로 만들고 1분 만에 전체 폐와 폐렴 부위의 무게·부피 등을 계산해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2차원 흉부CT 영상을 합성해 3차원 영상으로 만들고 폐와 폐렴 부위를 가위로 오려내듯 잘라내는 AI SW를 활용했다. 계산에는 AI 의료영상 분석 플랫폼 및 의료용 3D 프린팅 기업인 메디컬아이피가 3개국 병원 의료진과 협업해 개발한 코로나19 특화 AI SW(MEDIP COVID19)가 활용됐다. 이 SW는 자체 AI 의료영상분석 SW(MEDIP PRO)를 기반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증상의 자동탐지·분할·정량화에 특화된 딥러닝 기술 등을 접목했다.
공동 연구팀이 AI SW를 활용해 코로나19 환자들의 흉부CT 영상을 3차원으로 구현하고 폐렴 부위가 전체 폐의 무게·부피 중 몇 %를 차지하는지 계산해보니 폐 침범 정도와 중증도를 매우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증도가 다른 환자 17명을 분석했는데 폐렴 부위의 평균 무게는 72.4g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폐렴 부위는 폐 전체 부피의 평균 3.2%였다.
증상이 가장 심한 사람의 폐렴 부위 무게는 420.7g이나 됐다. 건강한 성인의 폐 무게는 1,180g(오른쪽 620g, 왼쪽 560g) 정도인데 코로나19 합병증으로 폐의 3분의1 이상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AI SW를 활용해 재구성한 3차원 CT 영상에서는 총 186개의 폐렴 병변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병변을 좀 더 직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의학 전문의들은 같은 날 찍은 흉부 X선 사진에서 이 중 19개만 판별할 수 있었다. 반면 3차원 CT 영상을 X선 사진과 같은 2차원 사진으로 전환한 이미지에서는 폐렴 병변을 56%(중앙값)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
8명의 영상의학 전문의가 참여한 흉부 X선 사진의 분석 결과와 비교했더니 흉부 X선 사진은 코로나19 환자의 폐렴을 폐렴이라고 판별해내는 민감도가 25%(중앙값)에 불과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아닌 환자의 폐 영상을 보고 폐렴이 아니라고 판별해내는 특이도는 90%로 높은 편이었다.
AI SW가 코로나19 환자의 폐렴 조기진단과 중증도 파악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CT 등으로 찍은 2차원 의료영상을 3차원으로 만들어주는 SW는 지금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폐렴 부위의 모양·무게·부피 등을 알 수 있는 SW는 없었다.
윤순호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3차원 CT 영상을 이용해 측정한 폐렴의 질량과 부피는 진단의 정확도와 중증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의료자원이 한정된 만큼 이른 시간에 폐렴의 중증도를 선별하고 입원 치료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컬아이피는 홈페이지(www.medicalip.com)에서 누구나 무료로 이 SW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2주 만인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24개국, 396개 의료기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상준 대표는 “한·중·일 공동연구에 AI 의료영상 분석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한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기술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다른 폐렴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건강하고 젊은 환자의 경우) 폐 CT 영상에서 의료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폐에 안개가 낀 듯 하얗게 변한 폐렴이 생겼는데도 환자가 별 증상을 못 느끼고 콧줄로 산소를 공급하며 안정시키면 회복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는 CT 영상에서 이 정도의 폐렴 소견이 있으면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건강한 코로나19 환자는 호흡에 별문제가 없거나 약간 어려움이 있어도 자발적 호흡이 가능해 산소마스크 치료 정도로 회복된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