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와 달리 인간-동물 간 유전자 차이 커
“인간에 적응하는 과정서 대규모 전파 가능한 변이 발생했을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하기 이전에 수십 년 동안 인간 사이에서 은밀하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30일(현지시간 기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연구자들로 이뤄진 국제 연구팀은 최근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되기 훨씬 이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연구팀이 이러한 추론을 내놓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다른 유전자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는 모두 박쥐 등에서 발원해 다른 동물을 매개체로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 사스는 사향고양이, 메르스는 낙타가 매개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에게서 발견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각각 사향고양이, 낙타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99% 유전적 유사성을 지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박쥐나 천산갑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 차이가 너무 크며, 박쥐나 천산갑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니지 않은 독특한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근 유행하기 훨씬 이전에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년 혹은 수십년 전에 인간에게 옮겨진 후 소규모로 은밀하게 확산하면서 인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유행하고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을 얻게 됐다는 추론이다.
지금껏 소규모로 은밀하게 확산할 때는 인간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유전적 특성이 발현해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진 후 인간에 의해 발견돼 코로나19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얘기이다.
SCMP는 이러한 추론이 '우한 기원설'을 반박하는 중국 과학자들의 주장과 맥이 닿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코로나19의 기원이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이것이 코로나19의 기원이 우한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코로나19 지정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지난해 여러 나라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보건 전문가들의 보고가 있었다"며 "환자들의 기록과 샘플을 재검토하면 코로나19의 역사에 대한 더 많은 실마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