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global recession)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12일 월스트릿저널(WSJ)은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 등을 인용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업 활동이 중단되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미 경제의 가장 큰 동력이 민간 소비 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글로벌 증시도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각국에서 음악 페스티벌과 지역 축제, 스포츠 경기가 연달아 취소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밖에서 돈을 쓰지 않아 소비지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마저도 주저앉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1987년 이후 33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항공편 운항 노선 폐쇄와 크루즈선 내 집단 감염 우려로 항공사와 크루즈선 회사 주가가 장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에 미 행정부는 코로나19 긴급 예산을 곧 투입할 예정이고, ECB와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추가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우려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많은 기관들이 올해 1~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 2% 이상 감소했다가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경제성장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JP모건은 “1~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환산 각각 2%와 3%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상반기 경제가 경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며 “2009년 시작된 기록적인 확장세가 끝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올해 세계 경제가 약 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통계에 반영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당장 불황기로 접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처음엔 기업 체감경기지수에서 시작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로 번지고, 마지막엔 지출과 투자 지표까지 둔화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일단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미 정부가 얼마나 빨리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신흥시장의 위험은 이미 현실화됐다. IIF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6주 동안 신흥시장에서 일평균 약 20억달러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