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에서 빠르게 적응 중인 한국인 빅리그 투수 류현진(33ㆍ토론토)과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은 든든한 한국계 지원군을 뒀다. 토론토 구단에는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동포 길 킴(38) 육성담당 총괄 코치가, 세인트루이스엔 ‘하프 코리안’ 내야수 토미 에드먼(25)이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시즌까지 토론토 육성팀 프런트 직원이었던 길 킴 코치는 무명 선수 출신이지만 선수들을 아우르는 성품과 성실성을 구단으로부터 인정 받아 올해 정식 코치로 승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류현진과 시간을 보낼 때면 한국어로 대화를 하려고 한다. 마크 셔피로 토론토 사장은 “길 킴 코치가 류현진을 위해 몇 가지 한국말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스프링캠프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난 길 킴 코치는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류현진이 자랑스럽다”며 “같은 한국계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인천 출신 아버지와 부산 출신 어머니를 뒀다는 그는 “우리 구단엔 다양한 출신의 선수와 코치들이 있는데, 이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육성 관련 지식을 구단에서 높게 평가 받은 길 킴 코치는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빅리그 선수들을 지도한다.
신인의 자세로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를 노리는 김광현은 한국계 선수인 에드먼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캠프에 처음 합류했을 때 멋쩍어했던 김광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선수도 에드먼이었다.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나도 한국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에드먼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곽경아씨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가깝게 접하지 못했지만 명절마다 외가 친척들이 머무는 로스앤젤레스를 찾아 정체성을 확인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와 갈비라고 한다. ‘현수(Hyunsu)’라는 중간 이름을 쓰는 이유도 한국계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에드먼은 “한국말을 못한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면서 “마침 김광현이 우리 팀에 입단해 좋았다. 김광현에게 한국말을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에드먼은 92경기에 나가 타율 0.304 11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2루수와 3루수로 많이 뛰었고 외야수도 가능한 멀티 야수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전 기회를 잡기 시작했는데 이번 시즌엔 초반부터 활약하고 싶다”며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