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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눈 내리는 날의 유정  

지역뉴스 | | 2020-02-15 15:15:57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첫 눈이다. 입춘이 지나고 홍매화가 꽃망울을 맺었는데 첫 눈이라하기엔 머쓱하지만 첫 눈은 첫 눈이다. 눈 내리는 풍경을 마음에 담고 살아왔나 싶을 만큼 반갑다. 설레임과 평화가 물결을 이루고 마음 안과 밖이 온통 등불을 켠듯 환하고 밝아진다. 어찌된 노릇인지 무작정 기분이 좋아진다. 괜스레 즐거워진다. 주제없는 수다를 나누고 싶어진다. 손주들 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 동동거리며 발자국을 졸졸내면서 마을을 뛰어 다니고 싶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벼운 일탈이라도 은근히 꿈 꿀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작은 흥본이 일고 기대감이 충만해진다. 감정 촉발이 즉각적인 만족감을 향해 저돌적으로 밀려든다. 마음 저변에 회색빛으로 가라앉은 감정의 찌꺼기까지 기분 전환을 도모해준다. 마을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아 나섰다. 놀이터도 오솔길도 그림엽서처럼 단장하기 시작했다. 파빌리온에 앉아 눈이 쌓이기를 기다려 보았지만 한 시간여 내리던 눈이 눈발이 성기기 시작한다. 애틀랜타 북쪽에 살고있는 손녀가 뜨락에 탐스럽게 내린 눈풍경 사진을 띄워 보냈다. 미드타운 지역이라 북쪽 애틀랜타 적설양에 미치지 못하나 보다. 

 

첫 눈이 반가운 소식을 싣고왔다. 봉 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꽤나  오래되었다 싶었는데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뉴스로 인해 마음이 뭉클해짐이 신기하다. 백인 위주의 영화시상 잔치에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들을날이 있을줄 상상도 못했었다. 앞 날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 후대 아이들의 위상을 생각하며 한류열풍이 거세게 세계를 석권해 주기를 바램해온 터라서 BTS나 봉준호 감독, "기생충" 영화등의 성공소식이 너무나 신나고 뿌듯하다. 이민자로, 소수민족인  이방인으로 미국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결코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은 터라 매일매일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며 사는 것 같다. 주류사회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민 2세들의 대견스러움이 우리네 이민 1세들에겐 보람이요 자랑스러움이다. 개교 이래 최초의 한인으로 부총장이란  막중한 직책을 받은 우리 맏사위 같은 사람들이 많은 짐을 지고 구비구비 힘들게 꿋꿋이 모질게 견뎌내며 당당하게 주어진 자리를 지켜내고 있음을 본다. 그나마 이런 수고들로 하여 우리네  2세, 3세들은 좀더 누리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미래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위로로 지금 이 시간까지 변함없이 참고 견뎌냄이 실로 가상하다. 

 

이 렇듯 1,5세들의 아름다운 전열을 지켜보노라면 숙연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  더 많이 알고 깨달아 인생에 자신있을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선명했던 것들이 불투명해지고,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가 안되고, 보면 볼수록 기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그 와중에 아집과 엉뚱한 자만심이 활개를 치며 마음을 가리고 있음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메디가 따로 없다. 그런면에서 누가  누구를 기생하며 살고있는지, 있고 없음의 선이 무엇인지를 잘 그려낸 "기생충"이란 영화가 참 훌륭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시나리오 작가를 겸한 봉준호 감독이 구보 박태원 선생의 외손자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문화공보부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으로 무대미술과 영화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며 초창기 영화계에 큰족적을 남긴 봉상균 교수를 아버지로 둔 예술가 집안이다. 영화 내용은 불편한 현실을 그린 것이지만 영상미도 우수하다. 같은 겨레가 만들어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를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기생충"영화의 성공의 기쁨이 좀 더 길고 깊게 영향력을 끼치길 바라면서 덩달아 붕 떠있는 심사를 눈 탓이라 해도 될러는지. 눈 덮인 세상이 문득 탈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봄은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 탈을 쓰고, 여름은 온통 푸르름의 탈을 쓰고, 가을은 단풍의 탈을 쓰지만 겨울 나목으론 탈을 대신하기엔 하냥 아쉬워 눈을 기다리게 되나보다. 눈이 그리워지는 것은 비속함에서 신성함으로 다가가고싶기 때문인지도 모를일이다. 가을이 떠나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눈 내리는 밤이 그리워진다. 온 마을이 하얀 꿈 속에 잠길 것 같다. 나목에 쌓인 하얀 눈 꽃의 빛부신 찬란함을 만날 수 있음이요, 눈이 쌓인 밤이면 별들은 유난히 쏟아질듯 영롱하고 신비한 빛으로 드리워진다. 눈내리는 날은 그윽한 고요함이 스며들듯 배어있어 은근하고 유정스럽기 짝이 없다. 나목들도 포슬한 입힘을 받고 눈 꽃이 되고 싶은 시인의 노래가 외로운 그림자로 드리움을 알았을까. 하얀 눈은 기여코 찾아와 주었다. 잿빛으로 물든 세상을 정화시켜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리라. 불순과 더러움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음이라서 깨끗함으로 덮여지기를 갈구하는 애절함의 묘사요 표출이리라. 눈 내리는 날의 유정함이 어느 결에 겨울 끝자락이라 지레 짐작하며 봄을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소리가 들려온다.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은 결코 끝남이란 없는 것이라고. 소롯이 쌓인 눈들의 노랫 말이 차갑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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