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의 은퇴 이후 움츠러들었던 한국 피겨에 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고난도 점프를 앞세운 ‘젊은피’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김연아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갈 채비를 마쳤다. 그 선두에 유영(16ㆍ과천중)이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30)를 보고 자란 ‘연아 키즈’ 유영은 한국 피겨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 나가고 있다. 지난달 2020 로잔 동계유스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유영은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유영은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ISU 4대륙대회 여자 싱글에서 223.23점을 받으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11년 만의 메달이다.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가히라 리카(232.34점)에 9.11점을 밀렸지만, 이날 유영은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유영은 ‘연아 키즈’ 1.5세대다. 2004년 5월 태어난 유영은 6살 때 김연아의 경기 비디오를 시청각 자료로 삼아 피겨에 입문했다. 이처럼 김연아를 보고 자란 연아 키즈로는 은퇴한 박소연(23) 김해진(23)이 1세대, 유영 김예림(16ㆍ수리고) 임은수(17ㆍ신현고)가 1.5세대,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연정(14ㆍ하계중) 위서영(15ㆍ도장중) 이해인(15ㆍ한강중)이 2세대로 분류된다.
유영은 김연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 그 시작은 2016년 1월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0회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였다. 유영은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고, 12세 6개월로 우승한 김연아의 기록을 깼다. 최근에는 2020 로잔 동계유스올림픽 우승도 해냈고, 이번 대회에서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공인 대회에서 220점대 작성도 이뤄냈다.
이제 유영은 ‘유영 키즈’의 시작을 꿈꾸고 있다. 유영은 4대륙대회 시상식에 올라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고, 저 역시 연아 언니를 보며 피겨를 시작했다”며 “이제는 제가 대한민국을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유영의 은메달 비결은 트리플 악셀이다. 2015년부터 훈련을 시작한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이제 안정화되면서 자신의 필살기로 자리 잡게 됐다.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착지가 흔들렸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완벽하게 뛰어서 점수를 끌어올렸다.
고난도 트리플 악셀을 장착한 유영의 다음 무기는 쿼드러플 살코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과 비슷한 시기에 이미 쿼드러플 살코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미 실전에서 시도하기도 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유영은 자신의 주무기인 트리플악셀(3회전 반) 안정화와 더불어 쿼드러플(4회전) 살코 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쿼드러플은 주로 남자 선수들의 주무기로 사용돼 온 기술인데, 최근 러시아 여자 선수들을 중심으로 많이 선보여지고 있다. 즉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연마해야 할 기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