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우크라 전문가 접근 허용돼야”…이란 “실수로 여객기 격추”
▶ “美 순항미사일로 착각”…젤렌스키, 이란·프랑스 대통령과 사고 논의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인정한 데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와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국제위원회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철저한 책임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으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대한 자세 천명, 책임자 처벌, 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 손해 배상금 지급,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젤렌스키는 또 "향후 조사가 인위적 지연이나 방해 없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면서 "우리 전문가(이란 파견 우크라이나 전문가) 45명이 정의 규명을 위해 (사고 현장에) 전면적으로 접근하고 (이란 측의) 협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이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란의 여객기 격추 사고에 대해 논의했다고 타스 통신이 이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또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통화하고 프랑스 전문가들이 블랙박스 해독 등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릍 통해 국제조사를 개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추락 여객기 보유사인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사장 예브게니 디흐네는 사고 당일 여객기가 이란 공항에서 이륙할 때 이란 측의 위협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여객기 출발을 미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앞서 이날 성명에서 "사고기(우크라이나 여객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다"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우주군 사령관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방공미사일 시스템 작동자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동자는 사령부와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을 수 없어 스스로 미사일 발사 결정을 내렸으며, 단 10 초안에 미사일을 발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 '나쁜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우주군 사령관은 해명했다.
테헤란발 키예프행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지난 8일 오전 6시 12분께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공교롭게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이란군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지 수 시간 뒤에 발생하면서 사고 직후부터 피격설이 제기됐다.
이란 혁명 수비대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자국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폭사 당하자 8일 새벽 보복 공격을 단행했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은 잇따라 여객기가 실수로 발사된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나토명 SA-15)에 맞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서방의 '악의적 심리전'이라며 미사일 공격설을 부인하던 이란은 증거 자료 등을 동원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책임을 시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