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모기지 이자율 덕
재융자로 남는 현금은
투자 등 다른 용도 사용
“실패 땐 집 날려”경고도
“이참에 재융자를 받아 남는 돈으로 투자 한번 해볼까?” 한인 L씨는 요즘 현금 인출(캐시아웃) 재융자를 신청할 목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L씨는 주변에서 현금 인출 재융자로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해 재미를 보았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 자극을 받았다. L씨는 “집값도 예전보다 올랐고 모기지 이자율도 계속 낮은 상황이라 집을 담보로 말을 갈아타서 남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저이자율이 일상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재융자 시장도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재융자를 통해 여유 현금을 마련해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한인을 포함해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9일 한인 융자업계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이 하향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융자에 대한 문의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모기지 이자율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높은 이자율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 주택 소유주들이 낮은 이자율 모기지로 재융자하는 소위 ‘말 갈아타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모기지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30년 고정 전국 평균 모기지 이자율은 3.68%로, 지난 5월 30일 3.99%를 기록하며 3%대로 떨어진 이후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한인 융자업체 관계자는 “모기지 이자율 하향세가 계속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연방준비제도가 당장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기지 이자율 하향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 속에서 최근 들어 단순히 ‘말 갈아타기’를 위한 재융자에서 현금 보유를 위한 재융자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게 한인 융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캐시 아웃’이라 불리는 현금 인출 재융자는 기존 모기지를 재융자하는 것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낮은 시점에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를 해 기존 모기지 대출금을 갚고 남는 현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현금 인출 재융자가 늘어나는 것은 비단 한인 주택 소유주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9일 모기지 조사업체 ‘블랙 나이트’(Black Knigh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들어서 재융자 건수 증가율이 연 132%로 나타나면서 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현금 인출 재융자가 52%를 차지하고 있어 지난해 동기 24%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금 인출 재융자를 통해 주택 소유주 손에 들어간 현금 규모는 모두 360억달러. 지난 12년 동안 가장 많은 현금이 주택 소유주 손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 인출 재융자 증가에 따른 우려도 한인 융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융자금의 상승으로 대출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갑작스런 실직이나 투자 실패가 발생하면 현금 인출 재융자의 부채 부담이 더욱 커 주택을 잃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