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말도 잘 듣고 착하기만 하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말수가 줄고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저 사춘기려니 하고 대화 자체를 포기하다 보면 결국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단절되게 마련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10대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 부모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부터 갖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 스킬을 배우라고 말한다. 10대 자녀와 효과적으로 대화법들을 모아봤다.
장소 시간 상관말고 규칙적으로…말 끊지 말고 듣는 노력 꾸준히
명령·설교조·타인과 비교 역효과…눈높이 맞춘 공감하는 말투로
▲규칙적으로 대화하라
아이나 부모 모두 피곤하고 바쁜 일상에서 따로 시간을 내거나 딱히 용건이 있어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늘, 규칙적으로라도 대화를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내고 자리 가려서 대화를 하려다 보면 아예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장소나 시간도 구애받을 필요 없다. 라이드를 하는 차안도 좋고 함께 TV를 시청할 때도 괜찮다. 특히 식사를 하는 식탁에서의 대화는 추천할 만하다.
재미있는 대화 주제를 꺼내기 어렵다면 ‘컨버세이션 스타터’를 활용해보자. 컨버세이션 스타터는 외국어를 배울 때 낯선 외국인과 대화를 시작할 때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자녀와의 대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컨버세이션 스타터로는 날씨를 비롯 새로 구입한 아이템, 최근 이슈 등 다양한데 아이와의 대화라는 점에서 아이가 평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로 시작하면 더 좋다.
집안의 요즘 화제도 괜찮다. 아이를 대화에 많이 참여하게 격려할수록 아이는 더 편하게 느끼게 된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라
요즘 자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잘 들어주는 태도부터 가져야 한다. 좋은 대화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인 경청은 자녀와의 대화에도 마찬가지다.
잘 들어주는 것은 ‘내가 너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자녀의 이야기가 길고 장황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어”라며 말을 끊는 것은 금물. 말을 끊는 식의 대화가 반복되다 보면 자녀들은 더 이상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매일 자녀의 이야기를 하루 10분씩만이라도 중간에 토를 달지 말고 꾹 참고 듣기만 하는 노력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이런 식으로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자녀가 마음을 활짝 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어쩌면 부모가 말을 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위안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경청 속에서도 때때로는 자녀의 말에 호응해 주며 대화를 확장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대화에도 스킬이 필요하다
자녀가 안정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과 함께 스킬이 필요하다.
우선 무시하는 투나 명령조 혹은 설교하거나 도덕군자 같은 말은 대화의 단절만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다른 집 아이들은…넌 언제 사람될래?”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비교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은 모든 대인관계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자녀와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된다.
비웃거나 비난하고 성급하게 조언을 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서 ‘너’(You)보다는 ’나‘(I)를 주어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너는 너무 게을러 방을 지저분해’라기 보다 ‘나’는 열심히 치우는데 네가 안 도와줘 힘들구나‘라고 이야기 하는 식이다.
궁금한 사항이 있더라도 대놓고 꼬치꼬치 캐묻기보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이 또래 아이들은 ‘부모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솔직해지고 개방적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감대를 갖고 배려하라
10대 자녀들이 부모보다 친구와 더 편하게 대화하는 이유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녀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녀가 어떤 대화를 시작하면 자녀가 하는 말에 집중하고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지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왜 저런 얘기를 하지?”라는 의문이 생기면 직접 물어보고 생각도 해봐야한다. 그런 후에 긍정적인 대화법으로 공감대를 이루어 나가면 된다.
자녀의 감정도 최대한 배려해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가 짜증을 내며 말을 한다고 해서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그래, 누가 어른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그랬어.”라기 보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너의 표정을 보니 엄마도 많이 속상하구나. 말해 줄 수 있겠니.”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요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라고 할 때 “무슨 소리야. 요즘 엄마 아빠가 얼마나 바쁜데, 얘가 배부른 소리를 하네” 라기 보다 “그래, 함께 시간을 보낸 지 한참됐지. 시간을 내보자구나.”라고 긍정적 답변을 통해 자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라
대화만이 자녀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이킹이든 영화감상이든 무엇이든 좋다. 굳이 이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자녀는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고 자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시간들은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된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