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사진·AP)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 오랜 골칫거리인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쓰러져가던 프랑스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국제사회에선 미국을 대신한 중재자의 능력을 발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엔 극우파의 의견을 일정부분 수렴해 이른바 ‘직업별 이민자 할당제(Quota)’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를 난민 가운데 추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무작정 유입을 막아 반 난민 정서를 달래겠다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마크롱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난민 문제로 고민하는 유럽 각국에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TV에 출연, 내년부터 프랑스가 새로 도입하는 이민 정책의 틀을 밝혔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이날 보도했다. 새 이민 정책은 비 유럽연합(EU) 출신자를 대상으로 지역과 직업에 따른 할당제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페니코 장관은 “프랑스는 필요에 기반한 채용을 하려고 한다”며 “캐나다와 호주에서 실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새 제도를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특정 산업에 자격을 갖춘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인력 채용을 손쉽게 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우선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계적 분석 모형을 사용하면서 고용주ㆍ노동조합ㆍ지역 당국과 매년 검토할 예정이다. 프랑스 건설업과 식당, 호텔, 일부 소매업 등은 그동안 저임금 일자리를 채울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해 왔고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 산업 등에서는 자격을 갖춘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현재 프랑스는 특정 직업에 프랑스 국민을 고용할 수 없는 사유를 고용주들이 제시해야만 이민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프랑스는 2018년 3만3,000명의 경제적 이민을 승인했다. 페니코 장관은 이민 비자 승인 규모나 국적 고려 등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 시스템에서도 이민 규모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