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 상하위 격차 벌어져
“교육시스템 위기”해법싸고
공교육 강화vs자유화 갈려
미국 초·중학교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 독해 성적을 가늠하는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성적이 여전히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전체적으로는 4학년과 8학년 학생들의 문장 독해력이 이전보다 더 떨어지고 상·하위권 학생들 간 학력 격차도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연방 교육부가 공개한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 최근 자료에 따르면, 4학년 학생들의 35%, 8학년 학생들의 34%만 독해 능력이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학생들의 3분의 1만 자신이 읽은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학업 성취 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다.
이마저도 2년 전 조사보다 악화한 것으로, 4학년과 8학년 모두 학업 성취 기준을 넘긴 비율이 2%포인트 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립교육통계센터가 4학년과 8학년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하는 NAEP는 미 전역의 초중등학생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시험이다. 인종과 지역 등을 고려한 표본 추출 방식으로 선발된 학생 60만명을 대상으로 수학과 독해 두 과목을 평가하는데, 입학 자격과는 무관하게 학업 성취도의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인종별로는 아시아인이 281점으로 가장 높아 2년 전과 비슷했으나 흑인은 244점으로 5점 더 떨어졌다. 백인은 272점, 히스패닉은 252점을 각각 기록했다.
수학의 경우 학생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보였으나 장기적으로는 완만하게 상승해 왔다. 하지만 독해력은 1990년대에 비해 거의 나아지지 않은 데다, 상·하위권 학생들 간 격차만 더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학업 성취에서 중요한 학년으로 평가되는 8학년의 경우, 상위 10%의 점수가 2년 전보다 1점 떨어진 데 반해 하위 10%는 6점이나 더 낮아졌다.
교육계 인사들의 비정부 네트웍인 ‘변화의 주역들(Chiefs of change)’ 대표인 마이크 매기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교육·주택·기회 접근과 관련한 구조적 차별의 역사, 점점 더 커지는 경제적 불평등과 일맥 상통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초·중등 교육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터 애플러배치 매릴랜드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4학년 때까지는 읽기 위해 배우고, 그 이후부터는 배우기 위해 읽는다’는 오래된 관점을 흔들고 있다”며 “8학년 조사 결과는 학생들이 복잡한 텍스트를 독해하는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 교육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개혁 방향을 두고서는 ‘공교육 강화 대 교육 자유화’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벳시 디보스 연방 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미국이 학업 성취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으나, 공립 학교에 대한 예산 증가보다는 교육 자유화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 그는 “돈을 아무리 쓰더라도 나쁜 정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라며 학생들이 사립 학교나 차터 스쿨(자율형 공립학교) 등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데 세금이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의 로자 델라우로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의장은 “디보스 장관이 거짓을 퍼뜨리고 교육 민영화 의제를 홍보하는 데 조사 결과를 악용하고 있다”며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지지해야 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