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율 24%로 치솟자 신청자들 항소 잇달아 15%가 번복 비자 승인
트럼프 행정부의 심사 강화로 전문직 취업비자(H-1B) 취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기각률이 치솟고 있으나 항소를 통해 결정이 번복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항소를 통해 H-1B 비자 거부결정이 번복돼 비자를 승인받는 사례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 ‘리빌’(Reveal)은 17일 USCIS의 H-1B 처리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H-1B 거부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항소를 통해 기각결정이 번복된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USCIS 통계에 따르면, H-1B 비자 거부율은 지난 2016년 10%에서 2018년 24%로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취업비자 신청자 10명 중 1명이 탈락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10명 중 2~3명이 거부판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H-1B 비자 기각률이 크게 높아진 것과 달리 항소를 통해 기각결정이 번복되는 비율이 1년 새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USCIS의 거부 판정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한 신청자들 중 비자 승인을 받아낸 경우가 크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USCIS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거부판정을 받은 H-1B가 항소를 통해 번복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항소로 기각결정이 번복돼 비자승인이 난 사례가 15%나 됐다. 기각 번복율이 5배나 급증한 셈이다.
취업비자 기각률과 번복률이 크게 증가한 이유로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추가서류(RFE) 제출을 요구하거나 케이스를 거부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민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충분히 승인될 만한 케이스들도 모조리 기각시키고 있다”며 “항소를 하고나서야 심사과정의 오류가 드러나 기각이 번복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H-1B 신청자들에 대한 추가서류요청(RFE)은 2016년 28%에 그쳤으나 지난해 RFE 비율은 60%까지 치솟아 신청자 10명 중 6명이 RFE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승인을 해야 하는 신청서 가운데 상당수가 RFE 요청을 받거나, 거부되기 때문에 재심과정에서 결정이 번복된다는 것이다.
이경희 변호사는 “예전에는 승인가능 케이스와 거부되는 케이스가 명확히 구분됐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거부되거나 RFE를 받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변호사는 “항소를 통해 기각결정이 빈번하게 번복돼 거부 판정을 받은 신청자들 중에는 항소나 재심을 청구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임금과 근무시간 등 노동조건 부합여부, 해당 직무의 실재, 직책의 전문성 여부 등으로 인해 RFE를 받는 사례가 많고, 항소를 청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