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신청을 하고 멕시코에서 기약 없이 대기 중인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다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10일 멕시코 일간 엑셀시오르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500여 명의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멕시코 마타모로스를 잇는 국경 다리로 몰려들었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이민자들이 돗자리나 옷을 깔고 다리 위에 진을 치고 앉으면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오후 다리를 일시 폐쇄했다.
이 다리를 통해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인근 주민 등은 다른 다리로 국경을 넘어야 했다.
이 이민자들은 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후 멕시코에서 기다리는 이들이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로 돌려보내진 망명 신청자 등이 5만1천 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미국의 망명 심사가 하루에 몇 명씩 더디게 진행되는 탓에 많은 이민자가 치안이 좋지 않은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천막을 치고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부는 기다림에 지쳐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달 연방 대법원이 제3국을 경유한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손을 들어주면서 멕시코에서 대기 중인 이민자들의 미국행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 온두라스 출신 남성은 로이터에 멕시코 관리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계속 권유한다며 “온두라스로 돌아가면 24시간 안에 우린 죽은 목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