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대학병원‘항역류수술’결과
위산역류·가슴쓰림 전형적 증상
수술 후 94~97% 사라지거나 완화
만족도 73%… 약물치료의 6.2배나
과도한 약물치료 의존도 줄어들듯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위식도역류병으로 복강경 항역류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94~97%가 수술 3개월 뒤 가슴쓰림·위산역류 등 대표적 증상이 없어지거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증은 없었다. 수술 만족도도 73%로 수술 전 약물치료 만족도(11.8%)의 6.2배나 됐다.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와 박성수(고려대 안암병원)·이인섭(울산대 서울아산병원)·김진조(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한상욱(아주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팀이 지난해 2~10월 항역류수술을 한 51명(평균 53.3세)을 대상으로 수술 전과 수술 1주일·3개월 뒤 역류질환의 증상과 수술 합병증,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한 결과다.
항역류수술은 식도와 가까운 위쪽 위 일부로 하부 식도를 360도 감싸준 뒤 수술실로 꿰매주는 방식이다. 느슨해진 하부 식도 근육을 다시 조여줘 위식도역류를 차단·억제할 수 있다. 요즘에는 배에 4개 안팎의 작은 구멍을 내고 복강경 기구를 넣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 걱정을 덜 수 있고 통증도 적다. 수술 후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고 2~4주간 유동식 위주로 식사하면 돼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약 안 듣거나 평생 복용 부담스러운 젊은 환자 등 적합
항역류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평균 126개월 동안 위식도역류 증상을 느꼈으며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같은 위산억제 약물을 평균 61.5개월 복용했다. PPI의 경우 최근 8주 이상 복용했지만 별 효과가 없거나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 등 때문에 수술을 선택했다. 3분의 1은 PPI 약물이 잘 들었지만 3분의 2는 반응이 불량했다. 수술 전 94%(48명)는 전형적 증상인 위산역류·가슴쓰림 등을 하나 이상, 92%(47명)는 목에서 느끼는 이물감 등 비전형적 증상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수술 3개월 뒤 위산역류 증상은 83%, 가슴쓰림 증상은 88%가 사라졌다. 두 증상이 완화·개선된 환자는 각각 11%, 9%였다. 합병증은 없었다. 목 이물감, 만성 기침 등 비전형적 증상도 45.5%가 사라지고 36%가 완화됐다. 대표적 수술 부작용인 삼킴장애의 경우 수술 직후 72.5%에서 나타났으나 3개월 뒤 18.5%로 감소했고 심한 삼킴장애는 한 명도 없었다.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항역류수술이 약물치료를 대신해 위식도역류병에 대한 증상 개선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위식도역류 환자 가운데 약물이 안 듣거나,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 때문에 계속 복용하기 어렵거나, 약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해 약을 끊을 수 없는 경우 수술을 통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나라에서 위식도역류 환자의 99.9% 이상이 약물치료에 의존하는데, 경증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이거나 나이가 젊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비용, 삶의 질 측면에서 수술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2016년 약 310만명의 위식도역류 환자가 고용량·장기간의 약물치료를 받는 동안 항역류수술을 받은 환자는 342명(0.01%)에 그쳤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체 위식도역류 환자의 1%가량이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진료인원 444만명… 75%가 40대 이상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식도로 역류하는 위산량을 약으로 줄일 수 있지만 음식물의 역류까지 막지는 못한다”면서 “항역류 수술로 하부식도 괄약근의 힘을 보강하면 위식도역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역류병은 위·식도의 경계에서 여닫이문 역할을 하는 ‘하부식도 괄약근(조임근)’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거나 위장 기능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 열린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생활습관이나 중년 무렵 괄약근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강산성인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지난해 위식도역류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약 444만명 중 75%가 40대 이상인 이유다.
음식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위산이 역류하면 명치와 가슴 가운데가 쓰리고 식도 쪽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식도에 염증·궤양·출혈을 일으키고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식도 아래쪽이 위점막 조직 같은 바레트 식도로 변해 식도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위식도역류병은 위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기름진 식사, 과식·야식 후 2~3시간 안에 눕거나 잠을 자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운동부족, 과도한 음주·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위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무르게 돼 위 내 압력이 올라가 위액,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식도의 연동운동 감소, 위산 과다분비, 탄산음료·커피 등도 역류 증상을 악화시킨다.
위식도역류병은 초기에 PPI를 4~8주 정도 복용하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식습관·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자주 재발해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위산분비가 억제돼 위장관이 안 좋은 균에 감염되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