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이 있으면 구강암(구강 편평상피세포암) 발생 위험이 3.5~4.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치과대학 김현덕 예방치과·이종호 구강외과 교수팀이 2015∼2017년 서울대치과대학병원에서 구강암 치료를 받은 146명(평균 64세)과 같은 또래의 구강암이 없는 278명을 추적관찰해 치주염과 구강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20일 연구팀에 따르면 구강암 환자의 치주염 유병률은 93.8%로 건강한 대조군의 78%(218명)보다 1.2배 높았다. 치주염이 있는지는 유럽치주학회 기준에 따라 X선 파노라마 촬영 사진에서 잇몸뼈가 소실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치주염은 구강암 발생에 독립적인 위험요인이었다. 연구팀이 성·나이·교육 수준과 흡연·음주·운동·비만·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여부에 따른 편차를 보정했더니 치주염 환자는 치주염이 없는 사람에 비해 구강암 발생 위험도가 3.7배(초기 치주염 3.5배, 중증 치주염 4.1배) 높았다.
치주염 환자의 치아손실 개수, 성, 흡연 여부도 구강암 위험에 영향을 미쳤다. 치주염 환자는 치주염이 없는 사람에 비해 구강암 위험이 △손실된 치아 수가 8개 이상이면 10배, 7개 이하면 7배 △남성 6.5배, 여성 2.8배 △60세 초과 5배, 60세 이하 4.1배 △흡연자 4.7배, 비흡연자 3.2배 높았다.
치주염 여부과 상관 없이 당뇨병·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고혈압이 있으면 없는 사람보다 구강암 위험이 각각 2.5배, 1.9배, 1.5배 높았다.
김 교수는 “치주염이 구강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돼 구강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평소 식사 후 칫솔질 때마다 치실을 함께 사용하는 등 치주염 예방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실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주염 발생이 44%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입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세균들이 침의 특정 성분과 엉겨붙으면 치아 표면에 끈끈하고 투명한 막을 형성한다. 이를 치태 또는 치면세균막(dental plaque)이라고 한다. 플라크 내부의 세균들은 음식물에서 공급되는 당분을 이용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독소와 산성물질을 만들어내 잇몸 염증(치은염)과 충치를 일으킨다. 치은염 단계의 잇몸은 붉고 부어서 건드리면 통증이 느껴지고 약한 자극에도 쉽게 피가 난다. 염증이 치아 주위 조직으로 확산되면 치아와 잇몸 사이에 깊은 도랑(치주낭)과 더 많은 플라크가 생겨 잇몸이 주저앉고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까지 파괴되는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진행된다. 결국 치아가 흔들리고 씹는 게 불편해지며 입 냄새가 심해진다. 외관상으로는 잇몸이 훼손되면서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치아가 길어진 모습을 보인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