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쳐 피로누적… 세균감염 취약
8월에 대상포진 환자 가장 많아
수면방해 맥주·커피 등 삼가야
당뇨병 환자 폭염에 오래 노출 땐
포도당 빠져나가 저혈당 위험 커져
증상 보이면 설탕물·알사탕 섭취를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이 많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다 보면 낮에 집중력과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졸음운전·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숙면을 취할 때 체온은 0.5~1도 떨어진다. 하지만 밤 사이(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대기 온도가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와 높은 습도는 이를 방해한다. 자는 동안 흐른 땀이 잘 마르지 않고 중추신경계의 각성 상태가 이어져서다.
열대야에도 잠을 잘 자려면 식사 후 30분~1시간 정도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도움이 된다. 찬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밤늦게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까지는 끝내는 게 좋다.
◇20~30대도 연간 13만명 걸리는 대상포진… 예방접종부터=실내 온도는 에어컨 등으로 25도 정도로 조절하고 잠자리에 모시·삼베 등을 깔면 덜 덥고 땀도 잘 배출된다. 잠을 청해도 15분 안에 잠이 오지 않으면 졸릴 때까지 거실에 앉아 있다가 잠자리에 드는 방법도 괜찮다.
스마트폰·태블릿 등에서 방출되는 청색광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저해해 숙면을 방해하는 만큼 잠자리에 들기 30분~1시간 전부터는 피하는 게 좋다.
차가운 맥주는 마실 때는 시원하지만 혈압·체온을 높여 숙면을 저해하고 수면 중 자주 깨게 만들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홍차·초콜릿·콜라·담배도 각성 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한다. 저녁에 과식하거나 늦게 간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바나나처럼 숙면에 도움을 주는 간식도 있다.
무더위와 수면부족으로 피로가 쌓여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이 7∼8월에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하는 게 좋다. 1회 접종으로 평균 51%(50대 70%, 70대 41%)의 예방 및 통증 감소 효과가 있고 대상포진 후 만성 신경통 발생을 39% 줄여준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체계·항바이러스제의 위세에 눌려 사람의 몸속 신경절에 숨어 지내다 면역력 약화로 활성화돼 발생한다.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2014년 64만명이던 대상포진 진료인원이 지난해 72만명으로 12.4%(연평균 3%)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이 61%(44만명)로 남성(28만명)보다 1.6배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24.5%), 60대(21%), 40대(15.7%) 순이었으며 20~30대도 12만7,000명으로 18%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대개 척추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신경의 한쪽을 타고 띠 모양의 작은 종기가 났다가 물집이 생긴다.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을 입는 과정에서 통증 유발 물질들이 다량 분비돼 통증이 시작된 후 4주가량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 신경통에 시달리게 된다.
강연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이 나타난 초기에 피부·신경 부위의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국소마취제 같은 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통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충분한 수분 섭취 중요=수면·영양부족·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잘 드러나는 신체기관 중 하나가 눈이다. 눈이 쉽게 충혈되고 염증이 자주 생기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눈꺼풀에 위치해 눈물의 지방성분을 만드는 피지선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눈 다래끼도 면역력이 떨어지고 피곤할 때 자주 생긴다. 김정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피로해소와 면역력 강화, 염증 제거에 좋은 비타민C·오메가3 함유 식품(키위·고추·파프리카·과일·등푸른 생선 등)과 눈의 피로, 안구건조증에 좋은 루테인을 꾸준히 섭취하면 눈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가 클수록 비타민C도 빨리 소모된다.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전해질 부족으로 탈수·열사병 등을 일으키거나 혈당이 급상승할 수 있다. 반면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의 경우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수분과 포도당이 몸 밖으로 많이 빠져나가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사량이 활동량보다 충분하지 않거나 다른 혈당강하제를 병용하고 있는 경우 그 위험이 커진다.
저혈당이 되면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빠지며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면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입술 주위나 손끝도 저려온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혈당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설탕물을 100㏄ 정도 마시거나 알사탕을 2∼3알 먹으면 도움이 된다”며 “만약 의식이 없다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당뇨병 환자는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과도한 단당류 섭취는 삼가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말초신경이 손상된 중증 당뇨병 환자라면 뜨겁거나 찬 곳을 맨발로 걷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온도 감각이 떨어져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거나 사우나를 즐기다 화상을 입는 당뇨병 환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