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꽉 달라붙거나
노출 심한 옷은 기피
“편안하고 실용적”인기
소셜미디어 타고 확산
올여름 영국 여성들의 패션을 평준화시킨 드레스가 있다.
국제적인 패션 체인 ‘자라’(Zara)가 내놓은 물방울(A polka-dot) 무늬 드레스가 그것으로, 로열 가족들과 유명 인사들이 입은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가면서 없어서 못사는 최고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흰색 비스코스 천에 잔잔한 흑백의 땡땡이 무늬가 찍힌 아주 심플한 드레스, 가격이 39파운드 99펜스(미화 50달러)에 불과한 이 옷은 사람들 사이에 그냥 ‘더 드레스’로 불리며 지금 영국 거리를 휩쓸고 있다. (zara.com/us에서는 69.90달러.)
지난 석달 동안 ‘더 드레스’의 인기가 어찌나 광적이었는지 인스타그램에는 이를 기념하는 어카운트(@hot4thespot)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스타일리스트 페이 오켄풀은 지난 부활절 즈음에 만난 아트 디렉터와 메이컵 아티스트가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자 ‘패션의 어색한 순간...’이란 제목으로 인스타그램에 그 모습을 올렸다.
그랬더니 이를 본 사람들이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계속 보내오면서 새로운 어카운트가 개설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어카운트는 약 5,000명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들은 영국의 거리와 지하철, 수퍼마켓, 교회 등지를 비롯하여 세계 어디에서든 ‘더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사진 찍어서 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비슷한 류의 인스타그램 여러개가 생겨나면서 ‘더 드레스’ 광풍을 이어가고 있다.
오켄풀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은 80세 여성이 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으로, 780건의 ‘좋아요’가 올랐다고 소개한 그녀는 더 드레스를 입는 여성들의 타입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주말에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무제한 브런치와 푸드 마켓 샤핑, 페스티벌, 테니스, 베이비샤워, 여자들의 파티, 폴로, 루프탑 바, 수영장에서 프로세코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패션잡지 ‘그라지아’의 뉴스담당 로라 안토니아 조던은 더 드레스가 민주적인 패션이라고 말했다. “모든 여성이 여름에 꽃무늬나 줄무늬 패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얇고 가벼운 천에 소매와 허리부분이 느슨하고 주름진 치맛단이 발목까지 오는 더 드레스는 대다수 여성에게 잘 맞지요. 또한 다용도로 입을 수 있는데다 값이 싸고 영국 어디에나 자라 스토어가 있어서 쉽게 살 수 있으니 열풍이 불게 된 것이라 봅니다.”
여기에 미투 시대 여성들의 트렌드 변화도 한 몫 한 것으로 여겨진다. 몸에 달라붙거나 노출 심한 패션을 점차 멀리하고, 단정하고 편안하며 실용적인 패션 쪽으로 눈을 돌리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자라 드레스가 그러한 변화와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냈다는 것이다.
한편 유행하는 인기 패션이 있을 때 인스타그램에 너도나도 스냅 사진을 올리는 일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평범한 여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을 찍어서 본인의 동의 없이 이미지를 마구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밖을 나선 여성들은 그러잖아도 주의해야 될 일이 많아요. 길거리성희롱에 치마 들쳐보는 일을 당하지 않나, 뒤를 따라오는 치한도 있고, 갑자기 몸을 더듬거나 만지는 성추행을 겪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노상 걱정이지요. 그런데 거기에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 모습을 찍어서 수천명과 공유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영국의 한 컬럼니스트의 코멘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