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5대 사망 원인
‘임신중독증’ 의심해봐야
혈압이 정상이었는데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올라가거나(수축기 140㎜Hg, 이완기 90㎜Hg 이상), 체중 증가, 부종, 단백뇨가 생긴다면…
임신부의 5대 사망 원인의 하나인 임신중독증(전자간증 p-eclampsia)을 의심해봐야 한다. 경련 발작이 일어나는 자간증(eclampsia)으로 이어지면 태아 성장부전이나 갑작스러운 태아 사망의 원인이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반드시 조기에 찾아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은 만 35세 이후 출산하는 고령산모가 크게 늘고, 젊은 여성의 자궁질환 증가, 임신 시 비만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연 7만6,000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병이다. 국내에서는 연간 1만여명이 임신중독증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 때문에 5월 22일을 ‘세계임신중독증의 날’로 정해 병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임신중독증의 예측과 진단을 위한 한국로슈진단의 일렉시스(Elecsys) sFlt-1/PlGF 테스트를 하면 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의 50%만 내면 된다. 임신 20~34주 임신부 가운데 △전자간증 및 자간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이거나 △단백뇨가 있거나 △쌍둥이 이상 다태 임신이거나 △태아 성장이 지연되거나 △간기능 검사 결과 간효소 증가를 보이거나 가운데 1개에 해당하면 임신중독증 검사에 대한 50%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권한성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혈압이 조금씩 오르거나 높은 혈압과 함께 두통이나 부종, 앞이 흐릿하거나 번쩍거리는 등의 시력장애, 상복부 통증이나 경련 등의 증상이 있다면 중증 임신중독증일 수 있다”고 했다.
임신중독증이라면 임신부는 경련, 간기능, 콩팥 기능 저하, 폐부종, 신경학적 손상, 혈구 파괴로 인한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태아에게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상희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혈관 수축으로 인해 자궁에 흐르는 혈액량이 적어져 태아는 만성적인 산소 결핍과 영양 부족 상태를 겪을 수 있다”며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태반 조기 박리를 일으켜 자궁 내에서 태아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임신중독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분만 이외엔 없다. 하지만, 조기 발견해 면밀히 관찰하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임신부는 임신 28주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28주 이후에는 2주에 한 번, 36주 이후에는 매주 정기적 산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 임신중독증을 의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