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인상 파장
과일·채소류 가격 올라
소비자 가계에 주름살
자동차 컴퓨터 관련도
줄줄이 인상 불가피
다음 주부터 멕시코산 수입 제품에도 관세가 붙는다. 중국발 가격 인상에 이어 농산물을 중심으로 멕시코산 수입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한인을 비롯한 미국내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1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경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오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036명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가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게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한 원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마약 문제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국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7월1일에 10%로 관세를 5% 추가 인상하며, 10월1일에는 25%까지 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특히 농산물을 중심으로 멕시코산 의존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경우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 한인을 비롯한 소비자와 기업들이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수입품이 가주 전체 수입 중 16.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멕시코산 수입품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산물 수입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연방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농산물 규모는 모두 260억달러로, 59억달러가 채소류, 58억달러는 신선과일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중 한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아보카도와 망고류는 30억달러 규모로 수입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면 곧바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LA 한인 마켓 채소 판매대를 채우고 있는 많은 농산물이 멕시코 산지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의 경우 100% 멕시코산이고, 오이는 80%, 토마토, 무우, 배추 등은 겨울 시즌일 때는 대부분의 물량이 멕시코산이다.
한 한인 농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과일류와 채소류의 가격 인상을 뜻한다”며 “업계 역시 원가 상승 요인이 있어 가격 인상의 폭과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이번 멕시코산 관세 부과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소형 승용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이용해 왔다. 멕시코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관세 적용시 이익훼손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 (Edmunds.com)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14%가 멕시코산이다. 이는 미국내 자동차 판매 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휴렛패커드’나 ‘델’ 등 컴퓨터 및 관련 기기 제조업체들도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입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격 인상 러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매년 0.4~0.5%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에 이어 멕시코산 제품의 관세 부과로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남상욱 기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에 이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10일부터 적용되면서 한인을 비롯한 미국내 소비자들의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 홀푸드마켓에서 아보카도를 고르고 있는 고객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