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발해 퓰리처상을 받은 예멘 출신 AP통신 기자가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AP통신은 29일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자사 기자 3명 중 예멘 국적의 마드 알-지크리가 비자 문제로 전날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알-지크리는 지난 4월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대사관이 있는 이집트 카이로로 건너가 비자를 신청하고, 이달 초 인터뷰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후 미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고, 결국 시상식에 불참했다.
샐리 버즈비 AP통신 편집국장은 "알-지크리가 제때 비자를 받지 못해 시상식에 서지 못한 것이 대단히 아쉽다"면서 "그는 팀 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의 보도와 그가 예멘에서 찍은 영상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알-지크리는 이전에도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용감한 언론인에게 주는 맥길 메달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알-지크리의 팀 동료인 이집트 국적의 마기 마이클과 나리만 엘-모프티는 여행자 비자를 받아 이날 시상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알-지크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실시간으로 시상식을 중계했고, 수상을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때에도 휴대폰을 들어올려 박수를 보내는 관중을 비춰줬다.
알-지크리는 이날 블로그에 시상식에 참여한 동료를 보니 "나 역시 그곳에 그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정말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내전이 벌어진 예멘에서의 기아 문제와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서 자행된 고문과 부패, 미국의 드론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들의 실상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알-지크리에게 영상통화로 관중석을 보여주는 나리만 엘-모프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