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과 원금 상환기간은 변동 없어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 재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 페이먼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수요다. 하지만 이자율이 오를 때도 페이먼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모기지 리캐스팅’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융자 조정 프로그램으로 기존 이자율과 만기는 그대로 두고 원금 일부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페이먼트를 낮추는 방법이다. 월스트리릿 저널이 최근 관심이 높아진 모기지 리캐스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원금 일부 갚고 잔여 대출금 재분할 상환
‘모기지 리캐스팅’(Mortgage Re-casting)은 대출자가 원금 일부를 조기 상환할 경우 대출 은행이 잔여 대출금을 ‘재분할 상환’(Re-Amortize)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것을 뜻한다.
기존 대출에 적용된 이자율과 상환 기간에는 변동이 없지만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낮추는 것이 리캐스팅을 실시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
대형은행 웰스파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와 인터넷 대출 은행 ‘퀵큰 론스’(Quicken Loans) 등이 일부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모기지 리캐스팅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리캐스팅 방식의 융자 재조정이 그동안 일반 주택 소유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수년간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재융자를 통한 비용 절감 혜택이 컸던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재융자 실시로 인한 수수료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자율로 갈아탈 때 기대되는 이자 비용 절감 효과가 커서 리캐스팅 보다는 재융자를 선택한 주택 소유주들이 대부분이었다.
부과 수수료는 아예 없거나 재융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 은행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리캐스팅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체이스 뱅크와 웰스파고 은행은 리캐스팅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수료는 약 250달러에 불과하다.
■ 개정세법 시행 뒤 관심 커져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수수료 비용이 낮은 리캐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톰 고이다 웰스파고 은행 대변인은 “모기지 이자율이 반등하면서 리캐스팅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제정된 ‘감세 및 일자리법’ 시행도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리캐스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연방의회 합동조세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Taxation)는 올해 개정 세법 시행으로 약 2,800만 명에 달하는 추가 납세자들이 항목 공제 대신 표준 공제를 통한 세금 보고를 실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표준 공제를 선택할 경우 기존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모기지 이자에 대한 부담만 더욱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모기지 이자액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리캐스팅을 실시하려는 주택 소유주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 절차는 매우 간단
모기지 리캐스팅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현재 대출 은행을 통해 신청 자격을 알아봐야 한다. 리캐스팅 신청 자격에 해당되는 주택 소유주는 재융자 절차와 달리 간단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크레딧 기록 확인이나 여러 서류 심사 절차가 없고 비용이 매우 낮은 점도 재융자 신청 절차와 크게 차이 나는 점이다. 리캐스팅을 신청한 뒤 약 1~2달 내에 새로 조정된 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받아볼 수 있다.
리캐스팅은 방식만 다를 뿐 모기지 페이먼트 추가 납부 전략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매달 정해진 페이먼트 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납부거나 매 2주마다 페이먼트를 납부할 경우 상환 기간이 단축돼 리스캐팅 목적과 동일한 이자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이처럼 매달 추가 페이먼트를 장기간 납부한 소유주나 일정액에 해당한 목돈을 일시불로 납부한 소유주가 리캐스팅 신청 대상에 해당된다.
■ 은행별 최소 상환금 규정
리캐스팅 서비스 실시 은행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삭감’(Curtailment)이라고 부르는 최소 원금 상환 규정을 두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경우 리캐스팅 신청 시 상환해야 할 최소 원금액으로 약 2만 달러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출자 상황에 따라 이보다 낮은 금액을 승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대출자 재정 상태에 따라 약 1,000~6,000달러에 해당하는 최소 상환금을 규정을 두고 있고 체이스 은행은 최소 상환금 규정을 시행하지 않는다.
재정 전문가들은 현금 여유분을 리캐스팅 선불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잘 권장하지 않는다. 여유 현금으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캐스팅 실시가 적합한 경우는 투자 위험 회피 성향이 매우 강하고 표준 공제를 통한 세금 보고를 실시하는 주택 소유주들이다. 보유 현금을 지출하지만 리캐스팅 실시 뒤 모기지 페이먼트 절감 효과를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재 이자율 높은 경우 혜택
개정세법에 의해 세금 공제 혜택 적용 모기지 원금액이 기존 최고 100만 달러까지에서 75만 달러까지로 인하됐다. 하지만 ‘조부조항’에 의해 개정 세법 시행 이전에 발급된 모기지 대출의 경우 이 조항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개정 세법의 규정을 적용받는 주택 소유주 중 모기지 원금액이 75만 달러가 넘는 경우 항목 공제를 선택하기 전 모기지 리캐스팅 실시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주택 소유주들이 리캐스팅 신청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리캐스팅 신청이 제출되면 투자자들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안별로 심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퀵큰 론스의 경우 ‘적격 대출’(Conforming Loan)에 해당하는 경우 대부분 리캐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적용받고 있는 이자율이 매우 낮고 고정 이자율이라면 리캐스팅 혜택이 높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
리캐스팅 실시로 기대되는 혜택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채권과 같은 안전 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모기지 이자율이 오를 때 모기지 리캐스팅을 통해 페이먼트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