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측만증으로 연 10만명 진료
보조기 착용 휘는 속도 늦추기도
“치료법 없어” “물리치료 개선” 갈려
한방에선 “추나·침 치료 효과”
한창 성장하는 초중생에게 찾아오는 불청객 중 하나가 척추측만증이다. 초중생 10명 중 1명이 척추가 5도 이상 휘어 있으며 여학생이 남학생의 2배가량 된다고 한다. 서승우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 21개구 초중생 7만3,243명을 대상으로 척추측만증 여부를 검사했더니 남학생의 7.6%(2,825명), 여학생의 13.3%(4,760명)가 이런 상태여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약 9만7,000명이 척추측만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았는데 10명 중 6명이 10대(43%)와 20대(16%)였다. 나머지 연령층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전체 진료인원의 65%가 여자로 남자의 1.85배나 됐다. 성장기인 13~16세 진료인원이 많았고 비교적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여자가 남자보다 진료를 받는 나이도 어렸다.
◇인대·근육 약한 여자 진료인원, 남자의 1.85배
서 교수는 “여학생 유병률이 높은 것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을 잡아주는 인대·근육이 남학생보다 유연하고 약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무지외반증, O자형 다리 등과 같이 관절이 비틀어지는 질환이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척추측만증은 똑바로 선 모습을 뒤에서 봤을 때 척추가 1자로 서 있지 않고 옆으로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머리가 몸의 중심을 벗어나거나 한쪽 어깨나 골반이 높다. 무릎을 펴고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좌우 등·허리가 비대칭이고 정도가 심하면 한쪽 등이나 허리 쪽이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갈비뼈가 골반을 압박하는 통증이 나타나고 폐·복부 장기를 압박해 심폐·소화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10대 초반의 여학생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보통 45~50도 이상 휘어진 10대 중반에 수술을 한다. 서 교수는 “아이의 골반 높이가 달라 치마가 한쪽으로 자꾸 돌아가고 발 길이에 차이가 나며 신발 굽이 서로 다르게 닳는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부모들이 자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조기에 전문의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 교수(정형외과)는 “아이들의 자세 이상, 학교 책상과 의자의 문제, 무거운 가방이 척추측만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측만증’이어서 근거가 취약하다”며 “운동이나 자세교정으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50도 이상 휘어지면 수술에 건강보험 적용
아직 성장 중이라면 척추가 40도 이상 휜 경우, 성장이 끝났으면 50도 이상 휜 경우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측만 각도가 40~50도를 넘으면 성장한 후에도 1년에 1도씩 계속 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로 휘어진 척추를 교정해야 한다. 수술은 휘어진 척추뼈에 나사못을 고정하고 지지대로 고정해 척추가 더 이상 휘지 않도록 잡아준다.
척추가 20도 미만으로 휜 특발성 측만증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경과관찰을 한다. 억지로 교정한다고 펴지지 않고 성장기 학생은 1~2년 사이에 급격히 키가 자라면서 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40도의 만곡을 가진 환자 중 앞으로 1~2년 이상 키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보조기 착용으로 만곡이 심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재철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척추가 10~30도 휜 경우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으며 경과관찰만 한다. 운동·물리치료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측만증이 있는 아이가 50~60대 이상이 됐을 때 측만증이 없었던 아이보다 허리 등이 더 아픈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 “허리·목 디스크로 인한 측만증 추나·침치료 효과”
반면 서 교수는 “측만 각도가 20도 이하인 경우 주기적인 운동치료로 유연성을 유지시켜주면 교정할 수 있다. 좀 더 심한 경우 보조기 착용 등 교정치료를 병행한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척추측만증 환자에게 주로 추나·침 치료를 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비뚤어진 척추와 근육 등을 손으로 밀고 당겨 바르게 교정한다. 틀어진 부분을 교정하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척추가 원래 모양으로 회복되도록 도와준다. 침치료도 척추가 틀어져 굳어진 근육의 인대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추나요법과 침은 측만으로 인한 골반 틀어짐, 근육 부조화 등 불편감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특히 좌우로만 휜 측만, 허리·목 디스크병(추간판탈출증)으로 일시적 측만이 온 경우 3~6개월 동안 주 2회 정도 추나·침 치료를 하면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측만증이 진행된 지 오래됐고 틀어진 정도가 심한 경우, 청소년기에 흉추(등뼈) 회전 변이를 동반한 측만은 한방치료로 교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이 척추측만증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