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테라스 등 공원분위기로 탈바꿈
자연과의 접촉 직원들 건강에 큰 도움
오랫동안 사무실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은 자연을 근로공간에 도입했다. 목재와 돌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전략적으로 플랜트와 식물 작품들을 배치했다. 이제 기업들은 직원들이 진짜 자연을 맛볼 수 있도록 밖으로 초대하고 있다. 교외에 사무실 공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잔디밭을 직원들이 동료와 만나고 혼자서 일을 하거나 컴퓨터 스크린으로부터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발업자들과 도심지역 사무실 공간 소유주들이 테라스를 더하고 한때 황량했던 옥상을 공원 같은 분위기를 지닌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야채를 심거나 요가 매트를 펼 수 있다. 해먹에 누운 채 몸을 흔들 수도 있다.
뉴욕의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CBRE의 부사장인 폴 암리치는 “이런 마인드를 갖지 않은 개발업자나 전향적 사고의 건물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자연과의 접촉이 건강과 웰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이다. 이른바 ‘생물친화적인’ 컨셉이다. 자연에의 노출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준을 낮춰주고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직원들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주들은 직원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야외 부속시설을 활용한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맨해튼의 쿡폭스 건축사무소는 어떤 빌딩 설계에 합의할 때 푸른 야외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 자기 빌딩에서 케일을 재배하고 테라스에 양봉통을 설치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첼시에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와 알바니즈 오르가니제이션을 위한 사무실 건물을 완공시켰다. 총 17만2,700 평방피트인 이 건물은 추가적으로 1만6,920 평방피트의 테라스, 그리고 자연 잔디와 나무들이 심어진 공동 옥상을 갖고 있다. 보나도의 뉴욕사무실 책임자인 데이빗 그린바움은 “모든 층은 건물에 부착된 야외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은 차치하더라도 야외 업무공간은 유연한 사무실 공간을 위한 진화의 합리적인 다음 단계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책상에 묶여 있다는 느낌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라운지 구역과 공동 테이블을 만들어주고 있다. 개발업체인 하인스의 텍사스 휴스턴과 어스틴 지역 프로젝트를 담당자인 존 무츠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요구에 맞춰 추가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스가 개발한 휴스턴 다운타운의 48층짜리 건물인 609 메인은 12층에 조경이 된 야외공간을 갖고 있다. 고층건물 밑으로부터 세워진 포디엄 위의 공간이다. 하인스는 조경회사에 의뢰. 이곳에 야외주차장 대신 나무들과 격자들, 그리고 터널 모양의 정자들을 세웠다. 이 공간은 조망이 좋지 않은 저층 입주자들을 입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무츠는 밝혔다. 유나이티트 항공은 12층과 그 위 7개 층을 리스해 쓰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기업부동산 담당 부사장인 개빈 멀로이는 직원들이 야외공간을 휴식과 점심, 그리고 동료들과의 미팅공간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많은 실내 인테리어 이노베이션들처럼 이 트렌드 역시 거대 테크 기업들의 사무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페이스북은 캘리포니아 멘로팍에 소재한 본사 건물 위에 9에이커의 공원을 조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 주 레드몬드에 트리하우스들을 지었다. 건축회사 NBBJ가 설계한 샌 호제 소재 삼성의 새로운 북미본사 10층 건물은 매 3층마다 야외공간을 갖추고 있다. 일부 테라스들은 명상과 요가를 위한 공간이고 다른 곳들은 직원들이 골프 연습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퍼팅 그린 등을 갖추고 있다. 지상에는 조경견축회사인 SWA가 꾸민 테니스 코트와 ‘명상 정원’ 등의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SWA의 경영자인 게드로 아퀴노는 “우리를 고용하는 기업들은 같은 인재들을 놓고 경합하는 다른 경쟁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L. L. BEA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내 근로자들의 86%는 근무일에 더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협력사와 함께 개인용, 그룹용 야외 사무실을 만들어 순회 쇼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링키드인은 사무실 디자인 랩을 갖고 있다. 이 랩은 전 세계 32개 지사에 걸맞는 야외 사무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각 사무실마다 그늘은 필수적이다. 전화기와 랩탑의 눈부심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랩은 테라스에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회의실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넓게 퍼진 저층 건물에 야외 사무공간을 만드는 것과 이미 만들어진 도심환경에 야외공간을 집어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또 일부지역에서는 혹독한 기상을 고려해야 한다.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는 미드타운 맨해튼에 소재한 1913 제임스 A 팔리 빌딩 꼭대기를 푸르게 조경할 계획으로 있다. 브루클린 소재 퓨처 그린 스튜디오가 만든 조경도에 따르면 옥상 주변은 꽃과 풀을 심고 곳곳에 벤치와 피크닉 테이블들을 설차하게 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투자는 공사비를 상당히 올리게 된다. 특히 옥상은 실링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하고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벼운 흙을 사용해야 한다.
CBRB의 암리치에 따르면 건물주들은 야외 공간을 가진 맨해튼 지역의 경우 10~15% 정도 더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주들이 통상 평방피트당으로 테라스와 옥상에 대해 사용료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더 많은 렌트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를 수 있는 공간이 4억5,000만 평방피트나 되는 곳에서 이런 시설은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휴스턴 다운타운에 소재한 하인스 609 메인 오피스 빌딩 12층에 조성된 야외공간에서 입주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무실 공간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