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호르몬‘코티졸’분비 늘어 건강위협
불안장애·우울증·화 쉽게 내는 과민 증상도
동맥 경화로 심장 수술을 받은 필자의 형제가 수술 뒤 회복되어 갈 때쯤 진한 커피를 하루에도 여러 잔씩 마시는 습관이 다시 돌아왔다. 필자는 커피를 줄이라고 충고했지만 형제는 밤에 잠을 자는데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듣지 않았다. 이후 그 형제가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자주 내는 모습을 보고 카페인 과다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특히 심장에 무리를 가하는 원인인지를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카페인은 현재 미국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복용하는 비처방전 약품이다. 매일 약 9,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성인이 커피, 차, 청량음료, 에너지 음료, 심지어 약품을 통해서 매일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다.
카페인 함유량은 음료 형태에 크게 차이가 난다.<도표 참조>
초컬릿, 디카페인 커피, 사탕류, 와플 등의 음식에도 소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을 적당량 섭취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카페인은 중추신경 자극제로 경각심 고취, 피로 회복, 주의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운동선수의 지구력을 높여주고 일시적인 식욕 억제 작용에 따른 체중 감소 효과도 카페인 섭취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가 여러 암 발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만약 필자의 형제처럼 하루에 6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며 카페인 과다 섭취가 걱정되는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수면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카페인을 적정량 이상 섭취하면 부정맥, 고혈압, 불안 장애, 화를 쉽게 내는 과민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심혈관 기능에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카페인은 또 신체의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증가시킨다. 코티졸은 위협이나 긴급 상황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생리 반응인 ‘싸움-도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 내분비 기관인 부신을 통해 분비되는 코티졸은 스트레스 상황에 신체가 신속히 반응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코티졸 분비량이 갑자기 증가하면 혈압이 급상승하고 심장 박동 수가 빨라져 신체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신체는 이미 항상 긴장 상태로 카페인 섭취로 코티졸 과다 분비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코티졸이 지속적으로 과다 분비되면 불안 장애, 우울증, 기억력 저하, 주의력 저하, 수면 장애, 체중 증가, 심장 질환 등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커피를 습관적으로 매일 마시는 경우 카페인 섭취에 대한 코티졸 반응은 감소하지만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스트레스 전문가 윌리엄 R. 로발로 박사는 2005년 의학 저널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코티졸 분비량이 만성적으로 증가할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로발로 박사팀은 코티졸 분비 증가로 면역 체계와 중추 신경계 반응 장애, 기억 손상, ‘이마엽’(Frontal Lobe)과 ‘둘레계통’(Limbic System) 오작동 등의 부작용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엽과 둘레계통은 문제 해결 능력, 판단력, 동기 부여, 주의력, 기억력, 학습 능력, 감정 능력 및 공감 능력 등을 조절하는 두뇌 부위다.
심장질환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혈압 상승이다. 로발로 박사팀에 따르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매일 카페인을 섭취하면 카페인에 의한 혈압 상승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 또는 고혈압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 카페인 섭취에 의한 코티졸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발로 박사팀은 고혈압 위험군 또는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카페인에 대한 코티졸 반응이 고혈압 위험이 낮은 사람에 비해 더 빠를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속된다고 밝혔다.
코티졸 과다 분비로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코티졸이 혈류를 통해 몸속에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2012년 영국에서 남녀 성인 약 466명(평균 연령 62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 중 약 40%는 관상 동맥 질환 위험이 전혀 없었지만 스트레스 상황 시 코티졸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약 3년에 걸친 연구 기간 동안 관상 동맥에 석회질 축적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혈관 속 석회질 양이 증가하면 동맥 경화와 이에 따른 심근경색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 상승으로 약 13년 뒤 관상 동맥에 석회질이 증가할 위험이 약 24%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해 카페인 섭취에 의한 혜택을 극대화하는 한편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심장질환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