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율59%... ‘술=죄’ 23%만 동의
"성경적 문제 없지만 스스로 금주"
기독교인 가운데 음주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경우가 있다. 비기독교인 중에는 술을 금지하기 때문에 교회에 갈 수 없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로 빈 항아리를 채운 일과 사도 바울의 술 취하지 말라는 경고는 신앙과 술의 대척점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성경 구절이다.
한국인의 음주 문화는 한식과 노래방 등 한류 문화를 타고 이제 세계가 알아줄 정도다. 하지만 대화, 교제, 사업 심지어 정치판까지 술을 빼고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이 유독 한국에서 금주를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끝장을 봐야 한다’는 한국식 음주 풍토는 지금도 수많은 부정과 불의, 사고와 물의를 빚고 있다. 술이 아니라 술 마시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미국 교회는 전통적으로 유럽 등 다른 지역보다 금주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교인이 감소하고 교세가 기운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개신교인이 술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지난달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개신교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가 ‘술을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7년 조사에서 집계된 61%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이지만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일반적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독교인이 금주 생활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75년 동안 미국 성인의 음주 정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약 3분의2가 ‘때때로 술을 마시고 있다’고 대답했다. 올해의 경우 63%가 여기에 해당됐으며 금주 인구는 37%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하면 개신교인의 금주 비율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독교인의 음주량 기준은 한층 엄격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경은 술에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밝힌 교인은 지난 2007년 82%이던 것이 올해는 87%로 늘어났다. 10명의 9명 꼴로 ‘술에 취하면 안된다’는 견해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불과 23%만이 동의했으며 대다수인 71%는 동의하지 않았다. 2007년 조사에서는 27%가 동의하고 68%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 ‘알코올을 포함해 어떤 음료이든 상관없이 마셔도 되는가’라는 항목에는 ‘죄이다’고 답변한 개신교인이 33%로 집계됐으며 55%는 ‘죄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12%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밖에도 ‘적당량의 술을 조금 마시는 것은 성경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는 응답이 54%를 차지했다.
매주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개신교인의 경우 ‘성경은 술을 금지한다’는데 동의한 사람은 25%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을 시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항목에는 6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단에따라 음주 교인의 비율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술을 마신다’는 교인의 비중이 루터교의 경우 76%로 가장 높았고 감리교가 6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독립교단에서 43%로 떨어졌으며 침례교 33%, 오순절교단 23% 등으로 감소했다.
한편 학력이 높을수록 술 마시는 개신교인이 많았다. 대학원 졸업 이상은 62%, 4년제대학 졸업자 59%, 2년제대학 졸업자 46%, 고등학교 이하 졸업자 26%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스캇 맥코널 디렉터는 “음주 문화가 사회에서는 대세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인의 술에 대한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다수의 개신교인이 성경적 기준으로도 술을 마실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많은 개신교인은 스스로 금주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증에서 예수와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