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크루즈 선박에 오른 것은 20여년 전 멕시코 리비에라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텔, 아니 궁전을 연상케하는 호화로운 크루즈에서 삼시세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나는 파티를 즐기고, 낯선 여행자들과 친구가 됐다. 크루즈를 탔던 그 시간 동안 필자는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감각한다고 느꼈다.
유발 하라리가 지은 <호모데우스>란 책에는 ‘인간은 항상 더 낫고 더 크고 더 맛있는 것을 찾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필자는 이 구절을 읽자마자 크루즈 여행을 떠올리게 됐다. 크루즈보다 더 낫고 더 크고 더 맛있는 여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크루즈는 우리를 괴롭히던 여러 근심과 스트레스, 피로를 땅 위에 남겨둔 채 바다로 훌쩍 여행자들을 데리고 간다. 넘실대는 수평선과 시원한 바닷바람, 화려한 조명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공연, 세계 각국의 파인 다이닝, 기항지 프로그램… 크루즈에 오르는 순간부터 한없이 유쾌하고 낙관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니 크루즈 산업이 황금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작년 한 해 크루즈에 오른 승객은 2천5백만 명을 넘어섰다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어느덧 2018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크루즈를 타고 바다의 너른 품에 안겨 하늘과 별을 이불 삼아 잠들어보시라… 알래스카부터 북유럽, 서지중해, 동지중해, 파타고니아 등 너무나도 많은 크루즈 상품들이 있지만 꼭 멀리 떠나란 법도 없다.
지척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크루즈 여행상품을 소개한다.
▲바하 멕시코(5일)
‘바하 멕시코 크루즈’는 롱비치항을 출발, 카탈리나 섬을 거쳐 남가주 해안을 따라 멕시코 엔세나다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오래 걸을 필요도, 짐을 싸고 푸르는 번거로움도 없고, 잔잔한 바다에서 천천히 항해하니 멀미도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신다.
첫 기항지는 카탈리나 섬이다. 이 섬은 190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츄잉껌 재벌 윌리엄 리글리(William Wrigley)가 섬을 사들이면서 명승지가 됐다. 한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타운은 언제 보아도 카리브 해안을 옮겨놓은 듯 여유롭고 평화롭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길 수도 있고 카트나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그외 심해낚시, 부두낚시, 잠수함 투어 등도 준비되어 있다.
이른 아침 기지개를 켜고 눈을 비빈다. 눈을 떠보니 멕시코 엔세나다다. 바하 캘리포니아의 에메랄드로 불리는 엔세나다!
이곳에서는 바다분수 라 부파도라(La Bufadora)가 명물이다. 블로우 홀(Blowhole)이라고도 하는데 자연 바위층 사이로 바닷물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가끔씩 하늘 높이 치솟는 물줄기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무지개까지 두둥실 떠오르면 금상첨화다. 이 바다의 분수는 오스트리아와 이곳 엔세나다에만 있다.
크루즈가 바다를 유영하는 동안에도 승객들은 한가할 틈이 없다. 라스베가스 스타일의 화려한 쇼와 뮤지컬을 보면 몇 년은 젊어지는 기분이다. 어디 그뿐이랴, 수영장부터 사우나, 헬스클럽, 카지노, 라이브 음악, 아트 강좌, 시식 및 시음회 등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면 첫 크루즈가 마지막 크루즈로 남는 일은 없다’는 명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들과 가볍게, 부담 없이, 훌쩍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면 바하 멕시코 크루즈에 주목하자. 출발일은 11/24. 추수감사절 특별세일가는 $299다.
▲멕시코 리비에라(8일)
‘멕시코 리비에라 크루즈’ 역시 롱비치 항에서 출발한다.
갑판에 나가보니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다가 가득하다. 하늘과 바다는 마치 하나인 듯 같은 색을 낸다. 크루즈 선박은 카보산 루카스를 향해 미끄러지듯 유영한다.
카보산 루카스는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 남쪽 끝자락, 툭 튀어나온 곶에 위치한다. 카보산 루카스와 산호세 델카보 두 지역을 통칭한 것이 그 유명한 ‘로스카보스’다.
그중에서도 카보산 루카스는 멕시코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해 내로라하는 셀레브리티들이 이곳에 별장을 두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카보산 루카스가 해안 리조트 밀집지역을 제외하고는 너른 사막이라는 사실이다. 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은 사막의 선인장과 바다의 조화야말로 카보산 루카스를 다른 바다 휴양지와 차별화시키는 특색이 아닐까 싶다. 해안선에서 사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바이크, 지프, 낙타 등을 타고 달리는 경험은 이곳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튿날은 ‘노루들의 천국’ 마자트란을 찾는다. 10마일이 넘는 황금비치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대하가 많고 고래 가족들이 모여 장관을 연출한다. 아쿠아리움이나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각족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시내 중심으로 가면 현지 토산품 시장과 역사적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강력 추천하는 기항지 프로그램은 ‘노루들의 섬’에서 즐기는 카약이다.
이어 태평양 해안 중심에 위치한 유명 휴양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에 이른다. 매년 봄이 되면 고래들이 알래스카로부터 이곳으로 모여든다. 열대 정글을 연상시키는 산이 푸른 바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P.V’로 불리며, 존 휴스턴 감독의 영화 ‘The Night of the Iguana’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해변과 수준급 음식, 빨간 지붕 집들이 낙원 같은 푸에르토 바야르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관광지는 동굴 속 비밀의 해변인 히든 비치와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 등이다. 해변을 따라 거니는 것만으로 최고의 하루를 선사하며 지역 수공예품을 쇼핑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출발일은 11/24이고, 창사 35주년 특별세일가 $650에 모신다.
태평양 해안 중심에 위치한 유명 휴양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동굴 속 비밀의 해변인 히든비치.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카탈리나 섬. 산책, 카트, 자전거, 낚시, 잠수함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