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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행복한 아침]안개 속으로

지역뉴스 | | 2018-12-01 21:21:03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다른날 보다 이르게 집을 나섰는데도, 안개에 감취되어 예배시간 전에 모이는 중보기도 모임시간을 겨우 지켜냈다. 안개는 여느 모임이나 만남에서건 30분전에는 도착하는 습관까지도 외면해버렸고, 교회로 향하는 길목을 아예 하이웨이를 버리고 로컬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안개 사이로 은은하게 드러나보이는 마을을 돌아보기도하고 안개 자욱한 숲길로 접어들기도 하면서, 안개가 머물러주는 동안의 절경을 놓칠새라 아직은 가을을 품고있는 안개 속을 헤집고 다녀본다. 모처럼 만난 안개라서 만상이 흐릿하게 다가오는 안개 속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안개 속을 가만가만 다녀도, 뛰어다녀도, 손을 휘저어보아도 지나쳐온 흔적들이 남겨지지 않는다. 마음 자욱도 그리움도 보고픔도. 뜨거워진 마음의 번잡스런 어수선함도. 안개몰이를 할 것 마냥 안개에 취해 안개와의 모처럼의 밀애를 즐기도록 편안하게 운전대를 잡아주신 길동무 남편이 고맙긴 했지만 안개 자욱한 강가로 데려다 달라는 부탁에는 시계를 가리키며 미소띤 침묵으로 대신했기에 중보기도시간을 가까스로 지킬 수는 있었다. 안개 속을 무념으로 마음 껏 거닐어 본지가 얼마만인데 하는 아쉬움이 아득한 옛 시간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안개에 둘러싸여 프러포즈 받던 반 세기도 훨씬 넘어선 그 날이 떠오른다. 부산 광안리 해변 모랫벌판이었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도 분간이 어려울 만큼의 지독히 짙은 안개였다. 서로의 모습이 지척인데도 아득한 시간의 머무름에서 무연의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시야가 하얀 벽으로 느껴지는 안개에 갇혀있다는 것 외엔 서로가 보이지 않는, 바람결도 느껴지지 않는, 소리도 단절된, 빛도 숨어버린 몽롱함이 불러들인 황홀이 마치 먼 별로 떠나온 것 같은 출렁임만 느껴지는 절곡의 공간이었다. 공중에 떠다니는 맑은 물방울들의 엉김이 무중력으로 굳어버린 뽀얗고 아늑한 응집 속에 갇혀 있었다. 검붉던 바다도 먼 수평선도 인적도 저마다의 외로움에 잠겨버린 듯 천지가 적요에 잠겨버렸다. 야금야금 들어서던 안개는 기약없이 모랫벌판에 갇혀버린 청춘들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 주었다. 물방울들이 뿌려놓은 꽃두름의 난무였다. 안개에 슬리운 그 날, 우리는 태초의 정적을 맛 본 가난한 연인으로 거듭났다. 노을 무렵에 들어서야 안개는 항구와 도시와 바다를 품어주고는 한올 한올 벗겨지듯 모랫벌을 떠났다. 

안개의 품새도 다양하다. 짙은 안개가 터널을 만들어낼 때면 안개로 흘러든 실루엣은 피사체의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남루함을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인가 보다 하고 헤아릴 수 밖에. 세상살이에서 짓눌리는 무게로하여 인생들의 굳어가는 심성을 풀어주려는 배려였을까. 안개 속으로 불러들이려는 은밀함일까. 아무도 몰래 누릴 수 있는 평온과 자유의 지분을 가만 가만 건네주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돌아보면 삶 속에서의 안개 터널은 새 삶의 터전을 열어주는 창구가 되어주기도 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안개 속으로 걷다보면 향방을 잘못 접어들수도 있거니와 낭떠러지도 만날 수 있겠고 급경사도 만날 수 있는 것이라서 도리없이 안개의 환함으로 인한 빗나간 시선을 가릴 수 없음을 투정할 수도 없음이라서 어떠한 현답도 기대할 수 없음을 인정할 밖에. 안개의 성역은 인생들의 삶의 토사물을 덮어주어야 할 때마다 그 지경을 넓혀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강 기슭에 물안개가 자주 내려앉는 것만 보아도 알 듯하다. 

안개는 셀 수 없이 호수를 안아보았으리라. 흐르는 강변도 품어보았고 도시의 현란한 불빛도 아늑함으로 잠재워 보았으리라. 산자락이며 들판이며 바다를 자욱함으로 뒤덮으며 천지를 제어해보려는 야망을 본능처럼 환탈의 몸짓으로 휘저었으리라. 저만의 자유를 누려보려는 대망에 기류의 우수가 끼어들면 뽀얀 음영이 흐릿한 동선으로 풀려나기 시작한다. 모든 충동을 다 놓아두고 휘적휘적 소멸의 매듭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승천하듯, 부끄러운듯 비로소 몸을 숨기기 시작하는 것이 안개의 속성인가 보다. 건조한 바람이 일면 습기를 빨아들이듯, 짙은 안개가 내리면 인생들의 무거운 근심들을 건조시켜주어 세상 근심에 눈멀었으면 좋겠다. 안개가 무겁게 깔리면 지척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안개가 극심해지기를 기도해볼만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안개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은 우둔이라 할수 있겠으나 안개가 서리는 곳엔 분명 안개가 남기고 간 언어들이 있음이라서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날엔 안개의 의중을 알고싶어 안개 속으로 걸어보고 싶음을 숨길 수 없음이다. 안개는 인생들에게 휴식과 평안과 행복을 나누어 주기에도 충분한 풍경을 품고있다. 자욱한 안개 깔린 풍경이 가슴 저리도록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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