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호흡할 경우 기억력 흐릿
코 호흡법이 기억 공고화 기능 향샹
민속 신앙과 일부 종교, 그리고 심지어 우리의 부모들까지도 인간의 정신 상태와 호흡 간에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믿어왔다.
코로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면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속의 혼란스러움이 가라앉아 결국 평온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가 드물어 호흡이 정신 상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단지 민간요법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근 호흡이 인간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호흡과 정신 상태 간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의학 저널 ‘신경 과학’(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호흡법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스웨덴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만 호흡을 했을 경우 기억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경우에는 오히려 기억력이 흐려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연구팀은 호흡법과 인지 능력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4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약 12 종류의 향을 냄새 맡게 한 뒤 곧바로 코 또는 입으로만 약 1시간 동안 호흡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다른 종류가 섞인 향을 다시 맡게 하고 첫 번째 실험에서 맡았던 것과 동일한 향을 구분하도록 했다.
실험에 사용된 향 중에는 오렌지처럼 쉽게 구분이 가능한 향과 냄새 구분이 쉽지 않은 애매한 향도 포함됐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실험에서 코로만 호흡하도록 한 날은 실험 대상자들의 입을 테입으로 막아 구강 호흡을 차단했고 이어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반대로 코를 집게와 같은 도구로 집어 입으로만 호흡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각각의 호흡법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실험 대상자들의 두뇌 중 해마 부위에서 냄새에 대한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가정 아래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1 시간 동안 코로만 조용히 호흡을 실시했을 때 이전에 맡은 향을 기억해 내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반면 입으로만 호흡한 경우에는 오답률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실험 대상자들의 기억력이 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틴 아시미안 신경 과학자는 “실험 결과 코 호흡법이 ‘기억 공고화’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구강 호흡법의 경우 ‘후각 신경구’(olfactory bulb)를 거치지 않고 코 호흡법 때와 동일한 신경 세포를 작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기억력 개선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냄새 인식 능력은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지닌 중요한 생존 기능이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무취의 공기를 코로 맡았을 때 쥐의 뇌에서 후각 신경구의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아 기억력 생성과 저장을 담당하는 해마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코 호흡법이 냄새를 제외한 장기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 개선에 구강 호흡법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입을 막고 코로만 호흡했을 때 앞서 맡은 냄새에 대한 기억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최근 발표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