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방북초청 사실상 수락으로 본 북한 가톨릭
체포·고문·구타로 신자 3천명으로 줄어
장충성당이 유일… 주일 70~80명 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북한의 종교 현황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0일 유엔과 미국, 한국의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 실상을 보도했다.
VOA는 국무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7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정부가 어떤 형태든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을 처형과 고문, 구타, 체포 등 가혹한 방식으로 계속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비정부기구가 2017년 한 해 동안 종교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처형당한 사람은 11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북한의 수감자들 가운데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상황이 특히 열악하고 절박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지난 4월 발표한 ‘2018 연례보고서’에서 종교와 신앙에 대한 북한 정부의 접근법이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억압적이라고 지적했다.
VOA는 북한 정부는 특히 기독교 같이 서방과 관련 있는 종교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체포해 고문하고 구금하며 심지어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체포돼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 가운데 기독교인이 됐거나 기독교와 접촉한 사람들은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7월 국무부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연설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북한의 탄압은 지구상에서 견줄 곳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도 19일 예수회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연수 신부의 박사 논문에 따르면 북한에는 현재 약 3,000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으며, 이들의 신앙활동은 조선가톨릭교협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해방 직후 북한 지역에는 5만5,000여명의 천주교 신자가 있었으나 북한 당국의 탄압으로 신자 수가 점차 감소했다. 북한 당국이 궁극적으로는 종교를 제거해야 할 ‘인민의 아편’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일이면 70∼80명, 큰 축일 때는 약 200명의 천주교 신자가 북한 내 유일한 성당인 장충성당에 간다. 북한에 체류 중인 외교관이나 외신기자, 관광객 등 외국인 신자들도 이 성당을 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북한에 다녀온 한국천주교주교회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북한 신자들이) 완전한 의미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쪽에서 상주할 수 있는 신부님을 파견하고 싶은데 단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어려서부터 주체사상에 대해 세뇌 교육을 받기 때문에 하느님의 존재 같은 것을 믿기 어렵다”면서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신자로 알려진 이들도 사실상 선발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산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2018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며 “북한 정권은 표면적으로 종교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가한 일부 정부 통제 예배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북한 평양에 위치한 장충성당에서 외국인 천주교 신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절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