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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들리지 않는다는 것

지역뉴스 | | 2018-09-29 23:23:50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정의 흐름을 타고 세상의 볼거리는 더 많아지고 들리는 것도 한 없이 부피를 더해가고 있음에 반해 세월 더께가 더해갈수록 눈도, 귀도, 신체 전반 기능이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터였는데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못한 난감한 현상에 접하게 되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당황스럽고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믿어지지도 않았고, 불시에 생성된 상황 이후의 전개가 두려움으로 다가 왔다. 태초의 공허와 흑암의 상태가 이러했을까. 귀를 만져보기도 하고, 손을 부벼서 따뜻한 온기로 귀를 쓰다듬어 보기도 했지만 이 낯설음을 수습해야할 방안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귀가 일을 멈추어버린 들리지 않는다는 상황이 난해하다. 마냥 귀머거리 삶을 살아야 하는가. 막막하기 그지 없음이요 난처함으로 답답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위로를 붙들고 병원을 찾고 청력검사를 받기도하고 부수적인 다각도의 검사가 이루어졌지만 보청기를 하는 방법밖엔 다른 길이 없어보였다. 돌발성 난청으로 소리 기척이 열릴 것 같은 징후가 보였지만 원상으로 돌아가기는 요원해 보였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주변이 조용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도 견딜만 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음은 들을 수 있는 만큼만 듣고, 들리지 않는 소리는 흘려버려도 무방 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마음이 한결 느슨해질 무렵 청력에 의해 들리는 것이 아닌 새롭듯 맛본 풀어내기 어려운 양상을 겪게 되었다. 세미한 소리 움직임이 음율의 난무 속에 바람 같은 밀어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한 소리의 열림이 신선한 충격을 치르는 것처럼 다가왔다. 의술로나, 이론으로나,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고 심오하고 미묘한 세계를 맛보는 은택을 누리다니. 천상의 소리가 이러할까. 천사의 찬양이 이러할까. 숙련된 감각세포의 예리한 더듬이가 발산하는 섬광같은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듣는 감각이 일손을 놓고 있는데도 내면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미지의 경지라 해야할까. 오감이 아닌 또 다른 감각의 아름다운 울림을 의식의 지각으로 엿듣는 기분이다. 청신경 세포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영혼의 감성은 영감의 움직임 따라 소리 영역을 일구어내고 부추기고 있었나보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받아들이게 된다. 

청력이 힘을 잃어가는 동안의 낯선 상황들에 어느덧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은 거의 웃음으로 얼버무려가면서, 잘 듣지 못하노라고 오해가 없기를 알려드리면서. 덤으로 무음의 경지를 청력을 잃음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기게 되었다. 소리 없는 지경은 자연에 잠겨있는 동안의 깊은 집중력과 비견된다.글 쓰는 일로 시대의 획을 긋는 분들 중엔 글을 쓰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선호해서 외국으로 떠나시는 분들을 보게된다. 이런 현상들은 공간이나 인테리어나 주변 풍광이 아니라, 소리가 차단된 무음의 경지를 추구하는 상황의 결국이 아닐까. 청력의 소실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당혹해 하면서도 무음에서 전이되는 자유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무음을 만끽하기 위해 적막 속으로 진입해 보기도 한다. 소리가 차단된 곳에선 시간 감각이 사라지면서 조용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을 풍성하게 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소란스러운 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멀리두고 혼자가 되어 망상, 기대, 잡다한 관심으로 부터 격리될 수 있기에. 

볼 수 없음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말할 수 없음으로, 생의 길 잃음을 자초하게 된다면 장애에 대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핍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할 일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것도 결핍이라면 억압당하고 사는 이들도, 차별 받고 사는 사람,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모두 잘못된 행위이거나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요. 결핍은 결핍에 머물지 않고 다른 부분으로 채워지는 것이라서 어떠한 결핍도 세상이나 사회가 나서서 장애자로로 만들어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누구라해서 결핍이나 결여가 없는 자가 과연 있을까. 스스로 비장애인이라 자부하는 자들의 오만으로 생각된다. 편리함이 질주하고 있는 기름진 세상은 영혼의 시력을, 영감의 청력을 시들게 하고 있다. 보아야할 것들을 보는자가 줄어들고, 들어야할 것들을 듣는 자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결핍을 딛고 빈 부분을 채워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행보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세상이었으면. 시력이 좋으면 사물이 잘 보이고 귀가 잘 들리면 사물을 판단하는 정확도가 보태지고 마음이 맑으면 사람이 보이게 되고 마음의 눈과 귀로 사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윤석중 시인의 시를 나누어 보려한다. 사람 눈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사람 귀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산 너머 못보기는 마찬가지 /강 건너 못 보기는 마찬가지 /마음 눈 밝으면 마음 귀 밝으면/어둠이 사라지고 새 세상 열리네 /달리자 마음 속 자유의 길 /오르자 마음 속 평화 동산 /남 대신 아픔을 견디는 괴로움 /우리가 덜어 주자 그 괴로움 /우리가 달래 주자 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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