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과 렌트비로 웃고 우는 세태 속에서 주택 소유주는 행복하고 렌트 세입자는 우울할 것 같지만 하루 시간표를 비교해 본 결과, 삶의 질은 오히려 렌트 세입자가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아파트먼트리스트’(ApartmentList)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의 25~54세로서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인 1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 렌트 세입자가 주택 오너에 비해 더 많이 쉬고, 즐기며, 교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의 가치 상승이라는 경제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세입자와 소유주가 사용하는 하루 24시간만 비교했을 때 당장 수면시간만 봐도 세입자는 하루 평균 8시간24분을 자는 반면, 주택 소유주는 8시간10분으로 14분 차이가 났다. <표 참조>
1년이면 세입자가 주택 소유주보다 84시간을 더 자는 셈인데 하루 권장수면 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0일치 이상에 해당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TV 시청과 취미 등 휴식과 레저에 쓰는 시간도 세입자가 하루 평균 12분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인들과 교제 및 엔터테인먼트에 쓰는 시간도 세입자가 4분 가량 더 여유가 있었다.
조사 대상에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섞인 관계로 주 7일을 기준으로 1일 평균으로 계산한 근무시간과 출퇴근을 포함한 운전시간 비교에서는 세입자가 주택 소유주에 비해 각각 5분과 4분씩 많았다.
대신 육아시간은 세입자가 17분 적게 쓰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각종 집안일도 23분 덜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자녀를 둔 비율이 낮기 때문에 17분의 차이가 났는데 자녀를 둔 경우로 동일하게 비교해도 세입자가 7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택 소유주에 비해 책임질 일이 적은 이유로 렌트 세입자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는 설명으로 집안일 하나만 봐도 하루 23분의 차이가 1년이 쌓이면 140시간 이상이 된다는 계산이다. 바꿔 말해 주택 오너들은 집을 가꾸느라 주당 40시간 근무를 가정해 연간 3.5주일을 무급으로 더 일하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아파트먼트리스트의 크리스 살비아티 이코노미스트는 “세입자가 주택 오너보다 거주에 들이는 시간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 재정적인 문제로 귀결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집에 투자할 것인지 미리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