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둘레 여성 35인치
남성 40인치 넘으면
각종 성인병 위험 높아
오늘 잠시 시간을 내 허리둘레를 재본다.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선 상태에서 숨을 내쉰 뒤 엉덩이뼈로부터 1~2인치 윗부분을 줄자로 잰다. 허리둘레가 여성의 경우 35인치, 남성은 40인치를 넘는다면 외모 걱정에 앞서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허리둘레 증가 현상은 복부 내장 지방이 쌓였다는 신호로 신체 다른 부위의 지방과 달리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허리 군살, 허벅지, 팔뚝, 엉덩이도 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부위지만 복부 지방에 비해 건강상의 위협은 크지 않다. 반면 복부 내장 주위에 쌓이는 지방은 대사적으로 활발한 지방으로 심장병, 암, 치매 등의 치명적인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복부 지방은 다른 부위의 지방과 달리 성인병을 일으키는 호르몬과 화학 성분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 작용을 한다. 복부 내장 지방이 분비하는 대표적인 화학 물질인 ‘레티놀 결합 단백질’(RBP4)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제2형 당뇨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밝혀졌다.
허리둘레 증가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높게 발생한다. 영국에서 약 20년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허리둘레 증가와 관상동맥 질환과 연관이 있음에 밝혀졌다. 여성의 허리둘레가 클수록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심장병 위험이 증가하는데 허리둘레가 2인치 증가할 수록 심장병 위험은 약 10%씩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리둘레 증가로 인한 여성의 건강 위험은 심장병뿐만 아니다.
한국 및 인도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허리둘레 증가가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리둘레 증가가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북가주 카이저 퍼머넨테 병원이 약 6,583명을 대상으로 약 3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중년에 복부 비만 증상을 보인 경우 30년 뒤 치매가 발생 위험이 약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정상 체중으로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이 없더라도 복부 지방 여성의 경우 치매는 물론 뇌졸중, 심장병, 당뇨 등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 체중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복부에만 지방이 증가하는 ‘항아리 몸매’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허리둘레가 증가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문제는 한번 쌓인 복부 지방은 쉽게 제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윗몸 일으키기와 같은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복부 지방 제거 효과는 미미하다. 복부 지방 제거는 철저한 식단 관리와 꾸준한 근력 운동을 병행할 때만 가능하다. 효과가 입증된 다이어트 보조제는 드물기 때문에 ‘뱃살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약품에 의존하는 것보다 칼로리 섭취량을 엄격히 관리하며 칼로리 분해에 효과적인 운동을 실시하는 방법밖에 없다.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다한 당분 섭취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야채와 콩류, 통곡물 등의 음식을 통해 적당량의 단백질과 식이 섬유 섭취가 이뤄져야 한다. ‘꿀잠’도 체중 증가 방지에 효과적이다. 약 6만 8,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약 16년간 실시된 연구에서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여성의 경우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여성보다 체중 증가 위험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허리둘레가 늘어나면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병, 치매 등 심각한 성인병 위험이 높아진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