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 중요한 심장병
환자의 말 듣는데 소요시간
여성 주치의가 평균 2분 길어
이전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50만명이 넘는 메디케어 환자들을 조사한 2016년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30일 기준으로 여자의사가 치료한 환자는 사망률 혹은 재입원 비율이 남자의사가 돌본 환자보다 적었다.
사망률의 차이는 약 0.5%로 아주 적지만 전체 메디케어 인구에 적용하면 사망자 수가 3만2,000명이나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이 밝혔다.
여성과 남성의 의료행위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들도 있다. 존스 홉킨스의 블룸버그 공중보건학교의 연구진은 의사들의 소통 방법을 분석한 여러 연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주치의들이 남성 주치의보다 환자의 말을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치르는 대가도 있다.
여자 의사들은 환자 방문 당 평균 2분 정도 더 시간을 보냈는데 이로 인해 스케줄이 계속 지연돼 하루 업무가 끝날 때면 남자 의사들보다 한시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서(‘Women Are Not Small Men’)를 통해 여성 심장병에 관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심장병 전문의 니카 골드버그 박사는 이런 연구가 남자 의사를 폄하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되며, 그보다는 환자들이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닥터 골드버그는 “남자건 여자건 모든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특히 심장병 환자들에 있어서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남녀 간에 증상이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심장마비가 올 때 흉통은 여성에게 흔하지 않지만 의사들은 종종 환자에게 흉부 통증에 대해 묻고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박사는 최근 만난 새 환자에 대해 언급하며 “일부러 여자 의사를 찾아왔다는 그 환자는 전에 다닌 남자 의사는 설명도 잘 안 해줄뿐더러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데 시간을 쓰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면서 “환자는 바른 진단을 내리고 돌봄을 받기 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원한다. 헬스 케어의 큰 부분은 의사소통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과학 아카데미 회보에 실린 플로리다 연구의 저자들은 이 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여성 의사가 치료한 여성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은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여자 환자는 여자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고, 여자 의사들이 여성 심장질환의 독특한 증상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 의사와 비교할 때 실제로 환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더 잘 알아채거나 의사소통을 더 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돈 바(Don Barr) 교수는 의사들의 소통 방법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에 관한 연구를 학생들과 자주 토론한다고 말하고, 남자 의사들은 자기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환자의 말을 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한 연구에서 여성 주치의는 환자의 말을 끊기 전에 평균 3분을 기다렸는데 남성 의사는 평균 47초를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 바는 자기가 개인적으로 실험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번 오는 환자는 전혀 방해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자는 것이었다.
그때 찾아온 사람이 병원에 오는 것을 싫어하던 70대 여자 환자였는데 그녀는 날씨에 대해, 기침에 대해, 약국에서 어떤 약을 사야할지에 모르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았다.
옆에서 간호사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고 열심히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환자의 말을 끊지 않고 내버려두었더니 환자는 22분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했다.
그녀에게 결국 폐암 진단을 내려야 했던 닥터 바가 위로를 건네자 환자는 그에게 미소를 보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좋은 삶을 살았습니다. 한 가지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이번이 내가 지금껏 해본 의사 방문 중에 최고였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은 내 말을 들어준 유일한 의사입니다”
닥터 바가 이 경험에 대해 쓴 에세이는 내과의사 실록에 실렸고, 그에게 지속적인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모든 환자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지만 환자의 말을 듣는 일에 대해 더 사려 깊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후에 치료한 모든 환자들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는 그는 “의사가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듣고, 당신에 대해 염려하며, 당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면 환자는 질병에 훨씬 쉽게 대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살고 있는 은퇴한 모기지 회사 주인 에드나 하버는 살면서 좋은 남자의사와 여자의사를 모두 만났지만 최악의 경험은 모두 남자의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은 그녀가 준 의료기록을 너무나 무시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요점을 증명하기 위해 의료기록 사본을 보여준 다음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고, 또 다른 남자의사는 그녀가 의료검사를 꺼리는 듯하자 화를 내면서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그녀는 심장의 두근거림과 약간의 어지러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닥터 골드버그를 찾았다. 그러나 일련의 의료 검진을 받은 결과 그녀의 심장은 정상으로 나타났다.
하버는 “만일 내가 남자 의사를 찾아갔다면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집에 가서 긴장을 풀고 명상하면서 편히 쉬어라. 진정제를 먹어도 좋다’는 처방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닥터 골드버그는 환자가 의사를 찾아올 정도로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심장 모니터를 착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를 모니터링 한 결과 하버에게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패턴이 발견된 것이다.
“그녀는 주의를 기울였고 나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했다”고 말한 하버는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여성들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여성들이 닥터 오피스에서 대충 취급받는다”고 강조했다.
여러 연구에서 여자 의사들은 남자 의사들보다 환자의 이야기를 더 오랜 시간 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Agnes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