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가서 열람해 볼 책들과 만날 사람이 있어서 몇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하버드 대학은 1636년 매사추세츠 식민지 일반의회가 설립했는데 그 당시에는 New College 라고 불렀었다. 그러나 1639년 청교도 출신의 성직자인 John Harvard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책 400여 권과 재산의 전부인 779 파운드를 기증하면서 하버드 칼리지(Harvard College)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 뒤 1782 년에 의과대학과 1817 년에 법과대학이 만들어지면서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로 격상되었다.
학생과 교수를 포함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7 명의 미국 대통령 그리고 21명의 연방 대법원 판사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62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한 하버드 대학은 어떤 교육을 시키는지 나는 사뭇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궁금증은 캠퍼스에 들어간 후 얼마 안가서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짐작할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 도서관은 크고 작은 76개의 세분화된 도서관의 결합체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00 만 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며 대학 도서관 중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 도서관은 Harry Widener memorial Library 라고 부르는데 그 건물 앞에 서있으니 그 규모가 정말로 웅장했다. 거기에 얽힌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1912년 영국에서 미국으로 처녀 출항을 하던 타이타닉 호에 책 수집가이며 독서 광이었던 해리 와이드너(Harry Widener)란 27세의 젊은이가 자신의 아버지 조지 와이드너 그리고 어머니 에레너 와이드너와 함께 1등석에 타고 있었다. 1907년 하버드 졸업생이었던 해리 와이드너는 당시 아버지와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책들을 사서 미국으로 가지고 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타이타닉 호는 영국의 South Hampton 항을 출발 뉴욕시를 향해서 북 대서양을 항해하며 육지에서 500 마일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던 4월 15일 밤 11시 40 분경 불행하게도 거대한 빙벽에 부딪쳐서 배의 잠수면이 300 feet 정도 파손되면서 급격한 침수로 인해 빠른 속도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아비귀환 속에서 서둘러 구명보트로 옮겨 타고 있었는데 해리의 어머니는 무사히 구명보트로 옮겨 타서 살아 남을 수 있었으나 아버지와 아들 해리는 구명보트에 옮겨 타는 과정에서 심한 풍랑으로 인해 그만 구명보트가 전복되면서 두 사람 모두 비운의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총 2224명의 타이타닉 승선자 중 1514명이 희생되는 인류역사상 최대규모의 해상 사고였다. 아들과 남편을 모두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에레너는 1912년 책을 사랑하던 아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뜻에서 당시 2백만 달러를 하버드 대학 도서관 건축을 위해 선뜻 기증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자신이 지정하는 건축 설계사가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3년 만인 1915년 6월 24일 1838년에 건축된 Gore Hall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Harry Widener memorial library 가 드디어 준공식을 성대 하게 마치고 세계적인 지성들의 산실로 자리 매김 한 것이다.
나는 도서관을 둘러보고 평소에 플로리다에서 찾지 못했던 책들을 중간중간 뽑아서 읽으면서 공립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던 귀한 고서들이 수없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립대학의 특징은 역시 타 대학보다 수 많은 고서들을 구비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이 진귀하고 폭넓은 서적을 통해서 심도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남다른 독특한 이론과 책을 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law school 을 다닌다는 키가 자그마한 여학생을 만났는데 하버드 대학이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저없이 “good faculty and good library” 라고 대답했다. 과연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나는 중앙 도서관을 나와서 좀더 북쪽에 위치한 Yenching Library(동양학 관계 도서관)엘 들려서 중국관 관장과 한국관 관장을 모두 만나고 뜻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을 때 중국관 관장의 말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생생하게 맴돈다. 그는 “역사 란 역사를 보는 학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사관을 주장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걸 모두 옳다고 볼 수 없으며 다만 그러한 각기 다른 사관을 시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흥미 있는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즐길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중국관에는 약 8만 권의 동양학 서적이 그리고 일본관에는 약 4만 권 정도 그리고 한국관에는 약 2 만 권 정도의 서적이 있었는데 한국 학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분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는 걸고 정평이 나 있다. 책은 인간에게 세상을 보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기 때문이며 인간이 인간임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한다. 나는 하버드 대학 캠퍼스를 떠나면서 Mark Twain의 명언이 떠올랐다. Good friends, good books, sleepy conscience, that is the most ideal life.
게인스빌에서 김 대 원 jkim7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