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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여인들의 고달픔이여

지역뉴스 | | 2018-08-18 21:21:38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게 해주겠다는 하얀 거짓말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웨딩마치를 울리고 알콩달콩 신혼기를 보내면서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여리고 보드랍던 여인들이 서서히 놀라운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무릎이 나온 츄레닝 바지가 편해지기 시작하고 아이들 양육으로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자신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아줌마로 전락해가고 있음도 눈치채지 못한체 가족을 위하는 일념에 사로잡히고 만다. 공처가를 만난 여인네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처럼 극히 드문 일이라서 고달픈 여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족하다. 맞벌이에 맏아들같은 남편 관리까지도 주어진 몫의 삶처럼 묵묵히 받아들이며 감당해가고 있다. 오로지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이유 때문에. 하나 더 얹어 낯선 땅을 찾아나서는 여인들의 고달픔이야 어찌 풀어낼 수 있으랴. 젊음도 여인의 향내도 꿈도 저당잡히고 나선 걸음이라서 뉘 탓도 할 수 없거니와 오롯이 아이들의 앞날을 향한 꿈을 좇아 고달픔이란 불빛 속으로 날아든 부나비처럼.  

여자 아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는 날부터 어머니도 아기도 고달팠다. 시대적 배경으로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엔 딸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조차도 눈치가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 아이는 인구 수효에서 빠뜨리기도 예사였고 출생신고 조차 미루기가 다반사였던 에피소드들이 눈물겹다. 남녀불평등을 감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세정을 꼽십으며 여인들의 고달픔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지깐 부뚜막에서 밥을 먹던 여인네들이 남정네들과 별개의 밥상에서 밥을 먹게되고 드디어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시대로 변천했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부채질 해대며 아궁이 불로 조석을 끓여냈던 부엌은 남성 불가침 공간으로 여인네들에게 유일한 자유가 주어지는 생활공간이었다. 장작이며 숯이 열기구의 전부였기에 아궁이에 고구마며 감자를 구워먹던 추억들이 훈훈하다. 숯을 화로에 담아 밤을 구워먹기도 하고 난방기구 역활을 하기도 했지만 이 모든 노동의 과정은 여인들의 고달픔이 요구되었다. 구멍탄이 보급되면서 개스중독사고가 빈번했던 일이 얼마전인 것 같은데, 주방이란 편리한 시설이 주택안으로 들어서면서 전기밥솥이며 편리한 주방기구가 등장하고 부엌이 여성전용 공간에서 가족이 동참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의 식기는 설겆이 통으로 가져다 놓으며,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시대라 주방일을 도와주는 남편의 역할이 보편화된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바람직한 일이라는 말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위가 딸을 도와주는 풍경은 흐뭇하기 이를데 없는 반면 아들이 며느리를 도와주는 일은 왠지 못마당하게 여겨진다. 며느리를 딸 같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시어머니 마음은 어느 새 물거품이 되어 여인의 이중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딸도 내 자식이요, 아들도 내 자식인데 마음을 추스릴 수 없는 이중성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남편 부려먹는 며느리는 괘씸죄를 적용하면서 딸 도와주는 사위는 한 없이 순둥이로 받아들여지는 이율배반은 얄미운 며느님과 야속한 시어머니로 귀착되고 만다. 며느리의 삶이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가슴 아파한다거나 안달복달하지는 않는다. 딸의 삶이 고달프면 며느리 대하듯 하지는 않는 것이 여인네들의 이중성의 대표적인 예이다. 시어머니도 며느리였던 시절이 있었고 며느리도 언젠간 시어머니 자리가 될터인데. 숙명같은 여인네들만의 고달픔이 아닐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고단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직장 또한 예외는 아니다. 동기 직원들 끼리도 남자 직원의 진급이 빠른건 그런대로 이해를 하려는 편이지만 여자 직원이 잘되면 배가 아픈건 고사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조차에도 인색하다. 여성들이 서로 경계하는 경향은 역사적으로나 생태적 영향도 크겠지만 불합리하고 유치한 의식의 발로이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쩌면 음양 조화에서 불거진 불순물은 아닐까. 자가당착적인 자체모순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앞 뒤가 맞지 않는 안티노미 (Antinomy)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인들의 고달픔을 남정네들이 포근히 품어준다면 여인네들의 기여도가 한층 빛날터인데. 고된 이민살이를 견뎌내고 치마 꼬리를 붙들고 다니는 삼식이 영감님을 변함없이 예우하며 집안의 버팀목으로 이바지해왔다. 남정네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여인네들만의 고달픔을 품은 채. 수취불명이라는 안타까운 핑게로,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통의 슬픔이, 말할 수 없었던 비탄의 아픔이 고여있지 않은 여인이 있으시다면 손 한 번 높이 들어보십시요. 어디에서도, 어느 누구로 부터도 위안 받지 못하는 고달픔을 안은 여인네들의 끝 없는 사랑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생의 골짜기를 따라 물결처럼 흐르는 묘약이 되어 부모로 부터, 남편에게로, 다시 자식에게로 흘러드는 사랑이었기에 모질도록 힘이있고 위대하도록 존엄한 것이었다. 해서 여인들의 고달픔을 초탈한 사랑은 숭고할 수 밖에. 성스럽고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라서 세상 모든 남자들의 어머니일 수 밖에 없는 진리를 새삼 명징하게 깨달음 했으면 좋으련만. 세상 모든 남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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