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정체성 늘 품고 살고 있어요”
“모교서 후배양성 기회 감사
많은 도전·실패 경험 소중”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늘 품고 살고 있습니다.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죠”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의 건축·예술·설계학부 학장으로 선임된 윤미진(46) MIT 건축학과장(본보 26일자 보도)의 말이다. 코넬대 건축·예술·설계학부의 122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학장으로 선임된 윤미진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감과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장 선임을 축하한다. 소감은
"모교로 돌아가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다. 학교로부터 얻은 배움을 후배들에게 되갚는 마음으로 다양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코넬대의 건축대학은 건축, 예술, 설계 등 세 분야로 나눠져 있는데, 저는 세 분야의 경계를 한정 짓지 않고 학제간 연구를 하고 싶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려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셨다. 아버지는 의대생, 어머니는 간호대생이었다. 두 살 때 아버지의 의대 인턴십 프로그램 때문에 가족들이 다함께 미국으로 오게 됐고, 저는 워싱턴 DC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저는 집안의 장녀로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랐다.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자유로운 가정환경 속에서 저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겪은 수많은 실패들이 오늘날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건축을 전공한 이유는
"남동생들은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기를 꿈꿨지만, 저는 의료분야에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조립하고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아버지의 권유로 건축에 관심을 뒀다. 13살 때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동관을 실제로 보고서 건축물의 위엄에 압도당했다. ‘건물이 위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해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확신이 섰다."
-건축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한결같이 ‘로마’라고 대답하곤 한다. 로마의 건축물들은 예술적 측면에서도 그 자체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함의 또한 담겨있어 의미가 크다. 로마에 방문하면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도시다. 그리고 ‘이스탄불’도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다.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된 건축물들은 감동 그 자체다."
-본인의 정체성은 뭐라 생각하나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지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늘 품고 살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한국인’으로서 늘 자랑스러워하셨고, 현재까지도 한인 커뮤니티와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 나 역시 그 점을 본받아 나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여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석인희 기자>
윤미진 교수와 남편 에릭 하울러 하버드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