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희 (매크로 교육 연구소 대표)
전쟁이라는 단어는 폐허가 된 땅위에 아무것도 온전한 게 없는 암울한 곳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전쟁 중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학교의 존재란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대구교육박물관 관람 중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기획전시실 ‘한국 전쟁, 대구피난학교-전쟁속의 아이들’ 이였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고요하고 평화스런 휴일 모두 잠자고 있던 새벽, 북한의 갑작스런 남침으로 속수무책이던 남한은 대구까지 빼앗기고 부산만 남은 극한 전시상황이었다. 한반도의 남동쪽 끝 조각땅 부산만 남겨 놓고 남쪽의 마지막 군사 경계선인 영천 형산강 전투에서 필자의 아버지와 그 동료들은 부산을 방어하기 위해 몸을 바쳐 마지막 노선을 지켰다. 남쪽의 군사력이 아주 열세라 북한군의 총탄에 우리 군인들은 낙엽처럼 쓰러져 형산강이 피로 물들인 그 실화를 어른들로 부터 고장난 전축기 마냥 수십번 반복해서 들어 왔기에 필자는 이번 대구교육박물관 특별 전시실에 대한 기대가 남 달랐다. 실제 귀중한 사료를 관람하며 그 때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실 여러 곳에 붙어있는 검은 띠에 적힌 귀절 ‘나라여, 내나라여’ 는 상처로 얼룩진 전쟁의 잔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면의 고통스런 한반도’를 연상시켜 더욱 가슴이 아렸다. 그러나 다른 광고 구호 ‘교육이 힘이다’ 는 그래도 교육으로 그 엄청난 전쟁의 후유증을 이겨내 버틴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 주었다.
특별 전시관, 대구피난학교는 한국전쟁 3년 중, 서울에서 남쪽으로 피난 온 가족들의 아이들이 모여 교육 받던 곳이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도 없던 판자촌 혹은 보호시설에서 교육은 사치스런 꿈일수도 있었지만 용기있는 몇 지역 지식인들에 의해 설립된 피난학교로서 1400여명의 학생들을 졸업시킨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마종기 시인과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재현한 교가와 그 때 문헌자료들은 너무나 소중한 교육 역사 자료로서 우리학생들에게 생생한 체험교육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교육박물관의 또 다른 주목할 부분은 최첨단 VR로 역사속 학교체험을 실감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제치하의 생생한 교육자료로 여학생 일기는 일제 감시하에 교육 목적의 한 형태로 쓰여진 글로서 일제치하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남학생 일기는 좀 다른 형식으로 씌여졌는데 학생다운 솔직한 내용이 좀 더 적혀 있는 듯 했다. 예를 들면, 교장이 천황의 칙서(몸소 가르친 말씀)가 첫째이고 둘째가 교기이며 세째가 ‘학생들의 생명’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그 남학생은 ‘학생의 생명이 첫째이지 어찌 천황의 말씀이 첫째인지 이해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대륙을 잇는 노른자 한반도는 역사 이래로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려 왔다. 지금도 한미 연합 훈련이란 명제하에 한반도에선 긴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무역전쟁으로 국제간 기업간 긴장의 연속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간, 부모와 사춘기 자녀간, 또 다른 모습의 갈등과 긴장이라는 전쟁이 계속된다. 이러한 끝임없는 크고 작은 형태의 긴장과 갈등의 전쟁 속에서도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교육의 힘’으로 우리는 정신줄을 놓지 않고 ‘옳은 가치관과 강한 신념’으로 견디어 내다 보면 전쟁 뒤에 평화가 온다는 것도 배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