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 장기간 방치
'영사조력' 받지못해 좌절감
영사관"수감자 많아 지체돼"
재외국민 보호책 강구 필요
조지아 이민구치소에 수감돼 추방재판에 계류중인 한인들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놓여 있어 이들에 대한 영사조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라큐스대 사법정보센터(TRAC) 통계에 의하면 조지아 내 이민구치소에 수감돼 추방절차를 밟고 있는 한인은 지난 5월말 현재 30명이다.<본지 7월10일 보도> 이 중 25명은 단순 이민법 위반자이며 5명은 형사범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서류미비자 단속이 강화돼 조지아 내 이민구치소는 수용시설이 모자랄 정도로 수감자로 가득차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단속된 한인들은 애틀랜타 이민구치소를 거치지 않고 애틀랜타에서 차량으로 3시간 30분 걸리는 어윈구치소나 스튜어트구치소로 수감되고 있어 지인 혹은 변호사들의 조력을 받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한인 수감차들의 지인들에 따르면 어윈구치소도 시설이 부족해 과거 2인이 수감됐던 방에 최대 6명까지 수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수감자들은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아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이왕 추방될거면 조속히 출국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은 총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신속한 절차를 밟기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수감자들을 만나고 온 한 변호사는 “수감 한인들은 구치소에서 하루 빨리 나오기 위해서는 총영사관의 영사조력이 절대적이라 믿고 있다”며 “하지만 기다리던 영사는 나타나지 않거나 연락도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절망감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체류자로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Y씨는 수감 직후 자진출국 신청을 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수 개월째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구치소에 한국어 통역자도 없어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맞지 않아 몸은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진 상태다. 다행히 Y씨는 최근 이달 24일 한국으로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와 불법체류자가 된 K(25세)씨는 운전도 하지 않고 주차장에 서 있다가 시민권자인 친구가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없이 체포돼 추방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심지어 최근에는 고교를 갓 졸업한 18세 한인 청소년도 추방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한국 국적자인 이들 역시 영사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연원 애틀랜타총영사관 사건사고 담당영사는 ‘이민구치소 수감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영사조력 사각지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하게 부인했다. 정 영사는 "이민구치소 수감 한인들을 돕는 것이 최우선 업무"라면서 “이민구치소로부터 수감자 통보를 받으면 반드시 직접 면담이나 전화를 통해 원하는 바를 청취해 이민국 관계자들을 만나 신속진행을 요구하고 혹은 특별한 사정을 전달하는 등 영사조력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영사는 “불법이민자 색출 프로그램(278g) 시행으로 조지아가 텍사스 다음으로 한인 이민구치소 수감자가 많아 수감 한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일처리에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속되는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한인 수감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100대 과제로 공약한 영사조력 등 재외국민 보호 강화를 위해서 영사인력을 확충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텍사스의 휴스턴 총영사관의 경우 담당 영사 외에 민간인의 도움을 얻어 구치소 한인 수감자에 대한 영사조력 업무를 시행하고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민구치소가 10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현지 한인협력관을 통해 한인 수감자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추방재판 전문 김재정 변호사는 "서류미비자는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도 추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면서 "추방재판에 회부됐어도 포기하지 말고 보석금을 내고 일단 석방될 수 있는 등의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조셉 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