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 경기는 손을 못 써서 그런지 발로 차기 외에 유일하게 허용되는 것이 머리로 헤딩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정없이 날아오는 단단한 축구공을 머리로 받아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프기도 엄청 아프고, 잘못하면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린아이들이 축구장에서 머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미국에서 최근 몇년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청소년축구협회는 2015년에 11세 이하 선수들의 헤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뇌진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축구 관계자들은 그렇게 되면 젊은 선수들이 축구에 필수적인 기술을 익히는 시기가 늦어지게 된다고 불평하면서 그 연령대에서는 헤딩에서 오는 뇌진탕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미국 스포츠 의학대학의 연례 컨벤션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2016년에 발효된 현행 규제에 대한 의심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성인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헤딩은 풋볼에서 헬멧 대 헬멧의 태클과 거의 맞먹는 충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의 헤딩과 이에 따른 인지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푸에르토리코의 연구원들이 지역 청소년 리그에서 뛰었던 9~11세 나이의 소년 소녀 30명의 경우를 연구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이 청소년들은 일련의 인지 테스트를 한 후 머리의 움직임과 관련된 충격을 기록하는 특수 머리띠를 하고 경기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세번의 시합 동안 적어도 한번은 공을 헤딩하게 되었다.
헤딩 할 때마다 머리띠의 데이터는 뇌가 16~60G 범위의 가속력에 노출되었음을 나타냈다. 성인의 경우 헤딩 중에 60G는 뇌진탕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연구에 참가한 어린이들 중 누구도 뇌진탕 진단을 받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충격은 연구원들이 ‘뇌진탕 직전’이라고 부르는 60G 임계값 이하였다.
매 게임이 끝나고 10분 이내에 연구원들은 아이들에게 이전의 인지 테스트를 반복하게 했다. 그랬더니 적어도 한번 공을 헤딩한 사람은 더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거기에는 성별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남학생들은 새로운 정보를 빨리 해독할 수 있는 빠른 처리 능력이 떨어진 반면, 여학생들은 읽기 이해력이 포함된 순차 기억력이 약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이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이모니데스 대학 신경과학 대학원생인 야리마르 디아즈-로드리구에즈는 점수의 변화는 경미했다고 말하고, 실험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계속 공을 헤딩하면 인지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현상이 지속되거나 그 효과가 누적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 한번의 헤딩으로도 점수가 떨어진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조금 우려된다”고 말한 디아즈-로드리구에즈는 이 결과로 미루어볼 때 헤딩에 대한 현재의 연령별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몇가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헤딩을 해야하는지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구 훈련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헤딩은 뇌진탕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림 Igor Bastidas>